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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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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활약
튀르키예 바이락타르부터 쿼드콥터까지
끝없는 진화…전쟁에 '테크 공식' 개입

드론, 혹은 무인비행체(UAV)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바꾼 주역으로 손꼽힙니다. 자그마한 드론이 어떻게 전차, 장갑차 같은 육중한 차량을 위협하는지 지켜본 군사전문가들이 조심스레 '탱크의 종말'을 점칠 정도였지요.


하지만 물밑에선 양 군의 드론전(戰)은 쫓고 쫓기는 치열한 술래잡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테크가 전쟁에 결합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쓰이는 드론은 2년 전 처음 데뷔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바이락타르, 현대전에서 드론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튀르키예에서 제작한 바이락타르 TB2 드론. [이미지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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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을 돌려 전쟁 초기인 2022년 중순. 처음으로 전장에 데뷔한 드론은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였습니다. 길이 6m, 최대 이륙중량 700㎏인 바이락타르는 한 번에 300㎞를 이동하고 150㎏의 무게를 든 채 이륙할 수 있습니다. 탱크를 격파할 만한 작은 미사일 2~3개를 수납하기엔 충분한 힘이지요.


당시 바이락타르는 러시아 기갑 병력에 확연히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의 귀중한 자산이었습니다. 작지만 민첩하고, 저렴하기까지 해 적 전차나 장갑차, 대공포를 곧잘 잡아냈습니다. 일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바이락타르를 주제로 한 군가(軍歌)를 만들어 부를 정도였습니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바이락타르가 표적을 겨냥한 모습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하지만 바이락타르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저렴하다는 장점만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전투기와 대공 미사일이 하늘에 뜨기만 하면 금방 무력화된다는 겁니다. 사실 바이락타르가 활약했던 기간은 러시아군 내부의 문제로 전투기와 미사일이 원활히 운용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러시아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바이락타르도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드론에 폭약 붙여 탱크 멈춘다…'FPV 드론'의 시대

이후 양국은 '정찰용 드론'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정확히는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 즉 카메라 달린 작은 쿼드콥터입니다. 한국에서도 누구나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드론입니다. 이 드론은 바이락타르처럼 수백㎞를 날거나 폭탄 여러 발을 떨어뜨리진 못하지만, 현장에 있는 병사들의 귀중한 '눈'이 됐습니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동영상 스트리밍 포털을 통해 공유되는 수두룩한 영상은 모두 실제 전장에서 FPV 드론으로 촬영된 것이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FPV 드론은 금세 모든 보병 분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는 드론으로 촬영한 전장 상황이 수두룩하게 공유되는데 해당 영상 모두 양군의 FPV 드론이 포착한 장면들입니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최근 러시아군은 FPV 드론 대책으로 탱크 겉에 철판을 두른 일명 '거북 탱크'를 운용 중이다. [이미지출처=엑스(X) 캡처]

심지어 이 드론들은 바이락타르가 남기고 간 빈자리도 채우기 시작합니다. 드론에 3~4㎏짜리 작은 폭탄을 달아 적 장갑차, 탱크 위에서 수직 낙하하는 방식입니다. 현대 전차는 수십톤짜리 무쇠 차량이지만,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여전히 내부 탑승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입니다. 설령 별다른 피해를 못 줬다고 해도 폭탄이 전차의 무한궤도를 끊어내기만 해도 탱크는 그대로 멈춥니다.


전자전과 전자전 방어…끝없는 술래잡기

그러나 FPV 드론의 진격도 최근엔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배치한 전자전 장비 때문입니다. 전자전 장비는 레이다(RADAR)나 통신용 라디오 주파수를 향해 교란용 전자파를 발사, 전자장비의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잠시 마비시키는 장비입니다. 대형 전자전 장비는 작은 민간 드론의 통신 장비쯤은 무더기로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서방의 협력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도와 전쟁용 드론을 만들고 있는 영국의 '이볼브 다이내믹스(Evolve Dynamics)'라는 스타트업은 전자전 장비의 전자 교란파를 회피할 수 있는 새 라디오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영국 스타트업 이볼브 다이내믹스의 드론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활용해 러시아군의 전자파 주파수를 회피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미지출처=이볼브 다이내믹스]

전자전과 전자전 방어는 일종의 술래잡기입니다. 공격자가 라디오나 레이다를 무력화할 장비를 만들면, 방어자는 라디오 소프트웨어를 튜닝해 적의 교란을 회피합니다. 사실 지난 수개월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라디오 주파수를 뒤쫓으며 85차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쳐왔다고 합니다.


지난 2년간의 진화, 그리고 2년 후의 진화

드론전은 전쟁에 '테크'가 개입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그동안 전쟁에 쓰이는 장비는 수년의 개발 기간, 수년의 엄격한 테스트와 현장 검증을 거쳐 투입됐습니다. 그만큼 교체 주기가 느리다는 겁니다.


하지만 드론은 너무 쉽게 무력화되고, 동시에 너무 거대한 파급력을 미칩니다. 소스코드 몇 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약점을 없애거나 새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쟁보다는 마치 해커들의 지략 싸움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습니다.


더불어 실제 테크 자본도 서서히 군사 장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방산업계와 실리콘밸리의 후원을 받으며 탄생한 '디펜스 테크' 스타트업 '안두릴'은 스스로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며 위협 물체를 자동으로 쏴 떨어뜨리는 신개념 드론을 만들어냈습니다. 영국·독일의 합작 스타트업인 '헬싱(Helsing)'은 국방용 인공지능(AI) 개발에 특화됐습니다.


[테크토크]전쟁과 드론 2년 간 어떻게 진화했나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안두릴'의 드론 로드러너. [이미지출처=안두릴]

테크 산업의 특징은 빠른 업데이트 주기, 이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혁신의 반복입니다. 전쟁 무기에 테크의 공식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드론은 2년 전 처음 데뷔할 때와 전혀 다른 물건이 됐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2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일부 학자들과 인권 단체에서 경고하던 '킬러 로봇' 개념의 등장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요.



지금 당장은 전쟁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겠지만,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드리울 거대한 윤리적 질문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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