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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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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용산 변화와 함께 한 남산…조선신궁 터부터 안기부 그림자까지
서울 상징 공간…마스터플랜 시작으로 산책 코스 둘러싼 시민 공간
남산 밑자락 규제 벗어나서 새 주거공간으로…한남뉴타운 등 주목
주거지 정비는 남산 경쟁력의 상승…"도시공간 대전환 시작점"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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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의 산(山), 남산이 대전환기를 맞았다. '고도지구'라는 이름하에 50년간 묶여 있던 주변부는 도시 여건 변화와 주택 노후 문제를 일으키며 체제 전면개편에 돌입했고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고자 '곤돌라' 설치라는 파격 실험도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1940년 공원으로 지정된 후 '서울의 상징'으로서의 역할만 해왔던 남산이 이제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이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세계적인 도시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남산의 새로운 모습은 용산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서울 대개조 작업의 중심인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철로 지하화, 용산공원 개방과 같은 대대적인 도시개편 외에도 노후지 정비라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용산 북동쪽에 자리 잡은 남산 밑자락에서 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자생적 주거지'인 해방촌은 물론 수십 년간 서울의 대표 미 개발지로 과거에 머문 한남동 재개발 구역이 대표적이다. 남산의 변화는 서울시민의 변화이기도 하다.


[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옛 남산 조선신궁(좌)과 통감관저 모습.[사진출처=서울시]

서울의 상징 '남산'…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사실 남산의 정확한 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상에 위치한 남산서울타워는 용산구 용산동, 바로 앞 남산팔각정은 중구 예장동에 속해 있다. 용산구와 중구의 경계는 남산공원을 11시에서 5시 방향으로 구분해 지나간다.


왜 이름이 '남산'인지 아는 서울 사람도 흔하지 않다. 한자 표기는 말 그대로 '南山'. 앞산을 뜻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경복궁에서 바라보면 앞에 있기 때문에 남산이 됐다. 조선시대 한양 시가지가 사대문 안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남산의 위치가 남쪽이 아닌데도 남산이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이야 서울의 상징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최우선 순위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지만 가슴 아픈 역사가 새겨진 곳이기도 하다. 과거 임진왜란 당시에는 일대에 일본군이 성을 지었고 한참 뒤인 1925년에도 일본 조선총독부가 현 남산도서관 위치에 조선신궁을 세웠다.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우던 '일본이 조선인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했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시 일본은 조선신궁을 짓는 과정에서 남산 곳곳을 크게 훼손하기도 했다.


1981년 제5공화국 출범과 함께 이름을 바꿔 탄생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악명도 여기서 시작했다. 국내외 정보 수집은 물론 대공 수사권까지 갖고 있던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당시 '남산으로 끌려간다', '남산에 들어가면 두 발로 걸어 나오기 힘들다'는 말도 돌았다.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옛 안기부 본관은 남산 밑자락 서울유스호스텔이 됐고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와 TBS 교통방송 사옥, 서울시청 별관, 대한적십자사 사옥도 한때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건물이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미래의 상징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이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첫 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3월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2015년까지 유스호스텔을 비롯해 10여개동 건물 모두를 철거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감관저터'가 발견됐고 학계에서 남산의 역사 재조명을 요구하며 철거 계획은 무산됐다.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산책 코스가 남산을 둘러싸고 있다. 5개의 코스로 총 길이도 7.6㎞에 달한다. 남산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코스로 난이도도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 국립극장과 백범광장을 잇는 코스를 제외하면 모두 남단 용산구에 속해 있어 젊은 세대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인 이태원과 용리단길, 해방촌 등으로 이동도 수월하다. 이제 누구나 찾는 남산이 된 셈이다.


[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도시 변화 따라가지 못한 남산…'신 고도지구' 계기로 경쟁력 상승

하지만 남산이 서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은 되레 서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남산의 경관이 잘 보전될 수 있도록 만든 '남산 주변 고도지구'가 되레 발목을 잡은 것으로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만든 규제가 도심 슬럼화를 가속시킨 요인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 1972년 남산 일대에 고도지구를 최초로 지정한 후 제도가 장기화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곳곳에 산발적으로 진행한 정비·개발로 도시계획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높이 규제를 중복 적용받는 지역이 생기거나 고도지구 규제로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워 주변 지역과 개발 격차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피해는 남산과 맞닿은 주거지가 많은 용산구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규모만 185만㎡로 용산구의 후암동, 용산동2가, 이태원동, 한남동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모두 해방 이후 월남민 등이 자연적으로 취락구조를 형성해 거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수십 년간 멈춰진 시간에 살았다는 얘기다.


이 중 동후암동의 경우 고도지구(20m 이하)로 지역 주민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 및 개발 의욕 상실로 낙후가 심각한 실정이다. 도로 건너편의 서후암동은 지구단위계획에서 최고높이 100m 이하로 재정비 용역을 추진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까지 발생했다.


기본 도로조차 정비가 까다로운 탓에 슬럼화는 가속화되고 주민들의 민원도 급증하자 서울시는 결단을 내렸다.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통해 규제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과감히 해제하겠다는 기조를 꺼냈다.


골자는 높이 완화다. 남산 남측 지역은 정비사업 등 추진 시 소월로 도로면 이하 범위 내에서, 북측 지역에서는 정비사업 등 추진 시 역세권 내 위치한 경우,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市)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고 45m까지 높이 완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쉽게 말해 남산 밑 저층 노후주거지가 이제 최고 45m(15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로 바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남산 밑자락 주거지의 정비가 남산의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남산 주변의 슬럼화가 해결되면 결국엔 남산 가치도 상승해 시민들의 접근이 더 확대된다는 논리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고도지구 개편을 통해 도심 노후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도시공간 대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남산 주변부 전경. /

남산 밑자락서 시작한 정비 바람…한남뉴타운, 각종 재건축 꿈틀

남산 밑자락 주거지 외에도 용산구 내 주거지 개편 작업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극명한 주거환경 격차가 발생한 곳들이 대상으로 현지 주민들의 기대감은 물론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도심 내 유일한 초대형 정비사업지, 한남뉴타운이 대표적이다.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당초 5개 구역 중 1개 구역이 해제됐지만 각 구역의 정비가 모두 끝나면 1만가구의 새 주거타운이 형성된다. 이 중 가장 큰 3구역의 경우 이미 이주를 시작했고 시공 계약을 마친 곳들도 있다.


해제된 1구역은 오 시장의 대표 주거 정비사업 모델인 '신속통합기획'을 도전하고 있다. 공공이 민간 주도 개발을 지원해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사업으로, 인허가 소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혜택이 부여된다. 1구역의 현재 주민 동의율 높여 선정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남산 인접지 중에는 해방촌에서 정비 바람이 불고 있다. 사업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고도지구 개편이 사업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최근엔 개발에 뜻을 모은 주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모여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까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총 4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공사비와 사업성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 일부 구역에서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도 줄이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고도제한 해제 혜택을 고스란히 적용받는 '저층 고급단지'다.



그나마 인프라가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는 재건축 사업도 두드러진다. 현재 용산구 전역에서 진행 중인 주택 재건축 사업장은 총 13곳에 달한다. 사업 추진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 3곳(한강삼익·한강맨션·산호) ▲조합설립인가 6곳(왕궁·풍전·강변강서·한양철우·한남시범·신동아) ▲추진위원회 승인 4곳(중산시범·청화·이촌제1구역·후암제1구역) 등으로 모두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높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뛰어난 입지에도 공공 인프라 정비가 늦어지며 주거지 역시 노후화, 슬림화가 누적돼 주민들 역시 오랜 기간 불편함을 겪었지만, 대규모 개발, 재건축, 재개발이 곳곳에서 시작돼 변화가 기대된다"며 "다만 각 구역 개발들을 도시계획 차원에서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용산의 미래]과거에 발목 잡힌 남산,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꾼다 해방촌 일대 전경. /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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