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운용펀드 156개 출시
지난해 보다 25% 늘어
ESG 키워드 연계 상품 봇물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새해 들어 운용사들이 신규 운용펀드 출시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아진 수요를 발 빠르게 대응해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규 운용펀드 기준 연초 이후 (1월1일~2월 17일) 총 156개의 펀드가 설정됐다. 같은 기간 지난해 125의 펀드가 설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5%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발행된 펀드는 주가연계증권(ELS)을 펀드로 간접투자하는 ELF(주가연계형펀드)였다. 총 131개의 펀드가 출시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체 신규펀드 중 80%대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면서 자산 배분과 관련된 EMP(ETF를 포트폴리오 구성)펀드나 반도체 업황 회복에 기댄 소부장(소재·부품·장비)펀드 출시가 주요 특징이었다. 올해 지난해와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연초부터 ESG를 키워드로 펀드 출시에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ESG는 올해 운용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까지 총 9개의 ESG관련 펀드가 새롭게 출시됐다. 지난달엔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에너지트랜지션증권자투자신탁’을 선보이며 ESG펀드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에너지트랜지션증권자투자신탁은 에너지 환경 변화와 관련된 해외 펀드를 주요 투자 대상으로 두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신기후체제로 주요 국가들의 신재생 에너지 시설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러스톤운용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지수를 근거로 산출했던 방식에서 나아가 적극적은 주주 활동과 ESG를 접목하는 ‘트러스톤ESG레벨업증권자투자신탁’을 출시했다. ESG로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되 ESG 개선 노력이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주주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KB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관련 펀드를 출시해 ESG 상품을 늘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S&P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개발한 탄소 효율 그린뉴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출시하기도 했다. 코스피 260종목, 코스닥 223종목을 선별해 탄소 효율 점수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한화ARIRANG탄소효율그린뉴딜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삼성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미래에셋TIGER탄소효율그린뉴딜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HANARO탄소효율그린뉴딜’이 시장에 출시됐다.
시장에선 앞으로 운용사들이 ESG와 관련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투자에도 이를 접목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ESG 투자는 최근 10여 년간 글로벌 투자 방식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직접규제보다는 금융자본을 통한 우회규제로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ESG를 통해 우수한 펀드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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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올 초 연례 서한을 통해 기업의 CEO와 투자자들에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SG를 주요 투자 결정 요인으로 두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를 목표로 투자에 접근하겠다고 강조한 바있다. 이어 송 센터장은 "ESG 의무조항을 가진 자산규모는 2015년 말 23조달러에서 내년엔 60조달러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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