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도지사 후보 상당수, 지역 발전·경제·일자리·환경 관련 공약에 집중…유권자 수 적은 국가유공자 대상 공약은 등한시
이번 지방선거에는 전국 17개 시ㆍ도지사 선거에 총 71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들은 '5대 공약'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수치상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355개에 달한다.
8일 아시아경제가 355개 공약을 자체 분석한 결과 시ㆍ도지사 후보 71명의 5대 공약 가운데 '보훈' 관련 공약은 단 1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성애(성평등) 관련 공약이나 동물 복지 관련 공약(이상 2개)보다도 적은 숫자다. 시ㆍ도지사 후보 상당수가 지역 발전이나 경제 관련 공약(이상 각 45개), 일자리나 환경 관련 공약(이상 각 34개)에 집중한 반면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많지 않은 국가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약은 등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약 수만 따져보면 지역발전ㆍ경제(이상 45개), 일자리ㆍ환경(이상 34개), 행정(28개), 교통(23개), 보육(22개), 생활(20개), 복지(18개), 노인ㆍ교육(이상 15개), 안보(13개), 노동(12개), 여성(10개), 문화ㆍ장애인(이상 8개), 동성애ㆍ동물(이상 2개), 보훈(1개) 등의 순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보훈 정책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망 시점에 따라 보훈 수당이 몇배씩 차이나는가 하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기까지 하다. 전체 여성 독립운동가 중 유공자로 선정된 비율이 2%에 불과할 정도로 발굴 사업이 더디고, 최근에는 유관순 열사의 서훈(3등급)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1등급)보다 낮다는 사실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국가유공자들 등을 대상으로 한 현충 사업의 범위가 지방자치단체의 감당 범위를 넘어선 탓에 광역자치단체와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각 시ㆍ도지사 후보들은 지난 6일 제63회 현충일에 대전 현충원 등을 참배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하나 같이 국가 보훈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현충일과는 다소 동떨어진 '소방관 처우 개선' 등 자신의 업적을 언급하는가 하면 대부분 후보들이 자신들의 현충일 참배 모습만 알리는 등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메이킹'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5대 공약에 보훈 관련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대구시장 후보로 나선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일했다. 권 후보는 ▲국가유공자 명예의 전당 건립 ▲참전명예수당ㆍ보훈예우수당 인상 ▲독립유공자 자녀 지원 확대 ▲대구호국보훈대상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지역 보훈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각종 보훈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게 관행이었는데, 이번 선거에는 그런 말뿐인 공약마저 사라졌다"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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