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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조성할 때 빼앗은 땅... 50년만에 국가 손해배상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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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지난 1960~70년대 구로공단 조성과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땅을 빼앗겼던 농민들이 50여년만에 억울함을 풀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고(故) 이영복씨의 장남 등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한 재심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소유권 이전등기를 요구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당시 국가가 숨진 이씨 등 농민들에게 사기죄 누명을 씌운 뒤 강제로 땅을 빼앗았다는 점과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구 농지법 부칙 3조에서 정한 기간(3년) 내에 농지대가의 상환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1998년 12월 31일 이후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이씨의 유족들은 모두 32억350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은 1960년대 후반 구로공단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구로동 일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땅을 수용하면서 발생했다. 이씨는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농지를 불하를 받았지만 소유권 이전 등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1967년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상환곡(땅값 대신 받는 쌀)을 수령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2심에서 증거부족으로 패소한 이씨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마침내 승소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이씨가 누명을 쓴 것은 이때부터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던 중 정부는 ‘서류를 조작해 소송을 냈다’며 이씨를 기소했고, 몇 년 뒤 이씨는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중단됐던 파기환송심은 유죄확정 판결 후 다시 열렸고 결국 1979년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판결이 나왔다. 누명을 쓰고 땅까지 빼앗긴 이씨는 몇년 뒤인 1983년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


2008년 7월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동 농지 사건 피해자들이 집단적인 불법연행과 가혹행위 끝에 허위진술을 강요받았다며 재심사유가 된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과거사위는 당시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 부당하게 공권권을 남용했고 농민들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결정했다.


이씨의 유족들은 과거사위 결정에 따라 2011년 형사사건 재심을 청구해 무죄확정 판결을 받아냈고 뒤이어 2012년 1월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해 재심 원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정부가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조직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이씨 등이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했다”면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토지소유권에 대해서는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것이긴 해도 농지대 상환을 완료하지 못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구로동 농지분배 관련 다른 유사 사건들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확정했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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