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프런티어6기 연속 인터뷰
-1994년 현대차 광고팀서 첫 발…'24년차 광고장이'
-제일기획 옮긴 후 '애니콜 Talk Play Love' 캠페인 大히트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공부해야…학습능력이 곧 역량"
-퇴근 후 두 아들 재운 뒤 다시 철야…"남들과 똑같이 내가 맡은 일 반드시 해결"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슈퍼우먼 콤플렉스'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독하고 강하기만 한 사람과는 누구도 함께 일하려 하지 않을 거에요. 그보다는 지식과 인격, 배려가 '슈퍼사이즈'인 우먼이 돼 후배들이 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선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뺏고 뺏기는' 치열한 광고업계에서 광고기획자(AE)로 20여년을 살아 온 정원화 제일기획 상무(46)를 7일 서울 용산구 제일기획 본사에서 만났다. 우아한 정장에 비서를 거느린 '임원포스' 대신, 소매를 걷어 올린 셔츠에 양손엔 태블릿PC와 수첩, 펜을 들고 당장이라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뛰어들 것만 같은 '광고장이' 모습 그대로였다.
1994년 첫 직장이던 현대자동차 광고팀을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정 상무는 1998년 동방기획(현 BBDO Korea), 2002년 웰콤을 거쳐 2007년 제일기획에 입사했다. 아모레퍼시픽, 에쓰오일(S-Oil) 등 굵직한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당시 대표 브랜드였던 '애니콜'을 맡아 '토크 플레이 러브(Talk Play Love)' 캠페인을 기획해 말 그대로 '히트'를 쳤다. 2015년 1월 임원으로 승진한 그는 여전히 뒷짐 지는 대신 '현장형' 선배로서 사무실에서 후배들과 머리를 맞댄다.
◆"학습 능력이 곧 역량"…女, '지능적 리더십' 쌓아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리더다.' 정 상무는 최근 마음속으로 항상 되뇌는 말이라며 이 문구를 소개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김낙회 전(前) 제일기획 사장의 저서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말이다.
정 상무는 "요즘 제일 고민하는 문제는 바로 리더십"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임원 3년차를 꽉 채운 그로서는 의외의 주제다. 그는 "과거에 비해 여성인력의 모수는 훨씬 많아졌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엿하게 리더의 반열에 올라간 분들도 많다"며 "이젠 '진정한 여성 리더'를 위한 리더십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어느 조직이나 여성 임원이 배출되면 '주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자칫 여기에 취해 업무의 본질적 디테일을 놓치면 도태되기 싶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정 상무는 "임원은 그저 직원들 격려나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은 '흔한 상상'에 불과하다"며 "사원부터 부장까지의 기간이 학교로 치면 대학 전공을 발전시키는 시기였다면, 임원부터는 석ㆍ박사 급의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아야만 한다"고 비유했다. 이어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무엇보다 공부해야 한다"며 "학습능력이 곧 역량이나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AE 업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굳이 설명하자면 '모든 일'을 하는 업무다. 분야도 특정되지 않는다. 화장품ㆍ주류ㆍ전자제품ㆍ금융 등 클라이언트에 따라 순식간에 해당 업계 '전문가' 수준으로 지식을 쌓아야 '소통'이 가능하다.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AE가 학습해야 할 분야는 끝이 없는 셈이다.
24년차 AE로 일해 온 정 상무는 자연스레 '잡학박사'가 됐다. 그는 "소위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칭하는 '오타쿠'의 준말)'로 불리는 전문가 수준의 소비자가 많고 그들의 제품평가가 면밀하기 때문에 AE는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에 대해 정말 디테일하게 알아야 한다"며 "브랜드가 속한 산업에 대한 매커니즘, 소비자 커뮤니티 특성을 잘 알지 못하면 그냥 바보가 된다"고 직설했다.
정 상무는 "실무자들보다 훨씬 뒤에서 더 디테일한 부분을 챙기고, 이를 통해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각오로 임한다"며 "혼자 해내는 것만이 강한 게 아니라, 같이 할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라고 강조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슈퍼우면 콤플렉스' 버려야= '아들 둘 키우는 엄마는 장군이 된다'는 말이 있다. 정 상무가 바로 그 '장군'이다. 올해로 24년차 직장인 정 상무는 1994년 첫 사회생활 이후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야간대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그 와중에 연애시절을 거쳐 결혼, 두 아이를 낳았다.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들은 이제 '일 하는 엄마'를 의젓하게 받아들일 만큼 훌쩍 컸지만, 정 상무에게도 사무실 손잡이와 집 현관문을 양 손에 부여잡고 분투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는 "남녀의 전통적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한 데다 (사회나 조직생활이) 기본적으로 여성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 상무는 다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며 "결국 남들과 다름없이 '일을 해내면' 해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땐 퇴근시간에 일단 귀가해서 아이들을 챙겨 재우고 난 뒤 다시 출근해 철야를 해서라도 주어진 일을 해냈다"며 "내가 맡은 일은 죽어도 해내는 지독함과 집요함이 필요한 시절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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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이처럼 '1인다(多)역'을 해내는 과정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점을 찾지 못해 커리어를 포기하곤 한다. 정 상무는 특유의 끈기에 더해진 운으로 이 과정을 돌파했지만, 정작 '성공한 워킹맘'으로 비춰지는 데에는 손사래를 치며 겸손해했다. 오히려 그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며 "'여성을 극복한 여성'을 넘어, 인간적으로 성숙한 선배가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화 제일기획 상무(비즈니스 4본부장) 프로필= ▲1971년 서울 출생 ▲1994년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1996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1994년 현대자동차 입사 ▲1996년 거손 AE ▲1998년 BBDO동방 AE ▲2002년 웰콤 AE ▲ 2007년 제일기획 입사 ▲2015년 제일기획 상무 승진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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