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에 동행한 김정숙 여사가 조용한 '내조외교'를 이어갔다.
김 여사는 6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인근 강변에 위치한 이상설 선생 유허비를 참배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상설 선생의 외손녀 이현원 씨(83) 등이 함께 했다. 김 여사는 "올해는 이상설 선생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그래서 오늘의 자리가 더욱 뜻 깊다. 선열들의 뜻을 늘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상설 선생은 1907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고종의 특사로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박람회에 파견됐다. 이로 인해 일본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고 러시아에 머물며 항일운동을 전개하던 중 1917년 숨을 거뒀다. 광복회와 고려학술문화재단은 2001년 10월 이상설 선생의 재를 뿌린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유허비를 세웠다.
김 여사는 이날 고려인 문화센터도 찾았다. 김 여사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이 먼 곳까지 와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어린이문화교실에서 현지 어린이들과 하회탈을 만들었고 고려인 2·3세로 이뤄진 합창단 '친선'과 '아리랑'을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난 6월 미국 순방 때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했다. 또 '서울 워싱턴 여성협회' 회원들과 차담을 통해 우애와 신뢰를 쌓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번 러시아 순방에선 패션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방미 당시에는 전통 민화인 문자도를 모티브로 한 블라우스를 입거나 버선슈즈를 신는 등 독특한 패션이 주목받았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해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엄중해진 데다 러시아는 미국과 문화가 다른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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