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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안철수의 섣부른 대표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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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안철수의 섣부른 대표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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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본지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7월27일 '정치문법 바뀌는 대한민국…안철수發 정치실험'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안철수 현상'의 이면을 분석한 기사다. "이번 대선이 새로운 실험이 될 것", "허약한 정치권에 대한 방증", "민주당 존재 이유 사라질 수도", "안철수, 대중과 함께 기존 정치공식 해체하는 중"이라는 정치학자들과 여론전문가의 해석ㆍ전망이 실렸다. 이들은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정당 안팎에서 벌이는 전통적이고 지난한 권력투쟁을 안철수는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의견을 내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논란을 무릅쓰고 다시 당 대표를 하려는 것도 새로운 정치문법으로 봐야 할까. 달리 해석이 안 돼서 5년 전 기사를 들추고 자문하는 거다. 아무리 물어도 그렇게 봐주기는 어려울 거 같다. 그 때와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2012년에는 안 전 대표에게 정치적인 부채, 즉 책임질 일이 없었다.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조건없이 양보했으니 오히려 채권자였다. 지금은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질 수도 있는 책임에 플러스 알파까지 떠안았다.

박주선 비대위는 안철수 대선팀이 패배한 책임으로 물러나면서 생겼다. 팀장은 당연히 안 전 대표였다. 불과 석 달 전이다. '홍준표 모델'을 보고 용기를 얻었을까. 그랬다면 문제가 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민이 아닌 소수 열혈 지지층을 대상으로 정치를 한다. 제보조작 사건은 그만 모른척해도 되는 일인가. 형사소송절차로 따지면 이제 시작(재판)이다. 법정에서 누가 무슨 말을 내놓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더니 22일 만에, 검찰이 사건을 처분한 뒤로는 3일 만에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했다.


검찰의 처분을 기다리다가 '법적으로 안철수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이를 면죄부로 여긴 듯하다. 정치인이 사법처리 여부로 자기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정치는 법 바깥에서 작동한다. 그래서 무한책임이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의 항해를 방해해서 책임지라고 한 게 아니다. 22일 동안 얼마나 깊이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는 어차피 설명이 안 될 테니 특별히 따지고 들 것도 없다.

안 전 대표가 부채ㆍ책임 같은 말을 들으면 '문재인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한 번 양보했던 채권이 유효하다'고 속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보폭이 너무 크고 걸음이 좀 거칠어도 괜찮은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착각이다. 그 때 안 전 대표가 한 것이 진짜 양보였는지, 이에 따른 후보단일화가 진짜 단일화였는지를 두고는 아직도 시비가 붙는다.


아무래도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에 힌트가 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사람들이 나보고 '우리가 끌 테니 당신은 쉬라'고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이 워낙 큰불이다. 나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 "당의 지지율이 5% 아래까지 떨어졌으니 정당도 아니다…(지방선거까지) 10개월밖에 안 남았다. 이제라도 내가 나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인재를 모을 수 있다."


비유는 비유일 뿐이다. 정당도 아닌 정당으로 만든 사람, 즉 불 낸 사람은 일단 빠지는 게 정치적 화재진압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참모들이? 이유미씨와 이준서씨가? 이들은 안 전 대표가 데려왔다. 지방선거를 언급한 데서는 정치일정을 공학으로 계산한 티가 난다. 이런 식으로 계산기를 돌려서 당 대표 된 사람은 봤지만 대통령 된 사람은 못 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책임지고 정치를 떠났다가 돌아오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2년은 기다렸다. 5년 전 어느 시점까지 안 전 대표는 멋졌고 그가 끼어든 우리 정치는 볼 만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안타깝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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