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지난 3월28일 출소하자마자 인터넷을 중심으로 BBK 사건에 대해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표의 편지에서 검찰이 2008년 수사 당시 ‘목표는 노무현’이라고 했다는 대목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이 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2011년 하반기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유원일 전 국회의원에게 12통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김 전 대표 본인의 개인적인 고충을 비롯해 검찰수사 과정의 부당함, 복역기간 산입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가 적은 편지 내용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1심 선고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BBK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자신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의 신변과 검찰이 항소해 더 많은 형기 요구와 추가 기소로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에리카 김 변호사의 기소유예 처리 약속과 김 전 대표의 형기 감소, 미국으로 이송을 약속해 김 전 대표는 이를 믿고 이 전 대통령과의 BBK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바꿨는데, ‘바보 같이 믿었다’ 며 검찰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또 검찰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사 목표로 정하고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2007년 12월31일 한나라당이 기획입국설의 증거로 내민 편지 내용에 따르면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큰집’은 청와대로 해석됐고, 김 전 대표가 당시 민주통합당 측에서 대가를 받고 입국한 것 아니냐는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2012년 3월4일 편지에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2007년도에 저를 국내로 입국시키려고 노력했던 쪽은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 쪽이었다” 면서 “그런데, 2008년 ‘기획입국설’ 조사 당시 검찰에 그렇게 진술했지만, 검찰은 한나라당 쪽 입국 개입엔 전혀 관심 없다고 화까지 내면서, 민주당 쪽 인사들을 대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2년 3월18일 편지에서 “무조건 ‘거짓’이라니 어이가 없네요. 김기동 검사가 저에게 ‘기획입국설’ 수사 목표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혜훈·유영하도 조사했지만, 민주당 의원 조사와 강도 차이가 현저히 있었는데, 마치 검찰이 똑같은 강도로 수사한 것같이 주장하다니...”라면서 “민주당 의원실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지만, 한나라당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2012년 말까지 김 전 대표를 도왔던 유 전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너무 뻔한 사실을 두고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던 사건”이라고 회고하면서 “이 정도 자료들이었으면, 진실에 대한 접근은 거의 다 이뤄진 것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시사저널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목표는 노무현’이라고 말했던 당사자인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역시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퇴임 후 2009년 4월30일 ‘포괄적 뇌물 수수죄’ 혐의로 검찰에 출석, 10시간 정도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5월23일 봉하마을 뒷산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이후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종료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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