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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공화국] '스펙 청정구역'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0초

공무원 추가 채용에 상담 늘어난 학원가, 직접 찾아가보니

[스펙공화국] '스펙 청정구역'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이 몰려있는 학원가.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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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기석(28·가명)씨는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이다. 경남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박 씨는 성실하게 학창시절을 보냈다. 4점대의 학점을 유지했고,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동아리 활동, 아르바이트 경험도 풍부했다. 하지만 번번이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년여간 입사지원서만 백 번 넘게 작성했지만 두 번 면접 본 것이 다였다. 박 씨는 "그 마저도 다른 화려한 지원자의 '병풍' 노릇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결국 공무원 시험을 택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스펙을 안 보는 직업이 공무원이어서 노력만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스펙 경쟁에 지친 이들의 최후 교두보이자 '스펙 청정구역'인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 활기가 깃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일 국정 최우선 과제로 꼽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 첫 과제로 올 하반기에 경찰 1500명, 소방관 1500명, 사회복지공무원 1500명, 교사 3000명 등 민생관련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량진 최대 공무원 학원으로 꼽히는 G공무원 학원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당일 상담은 힘들 정도다. 최근 기자가 예약한 소방공무원 직렬 상담시간대에 맞춰 학원을 찾아가자 학원 프론트데스크 직원은 약 500여미터 떨어진 별관의 상담실로 가라고 안내했다.

별관 상담실에선 다시 한 번 기다려야 했다. 미리 온 예비 수험생의 상담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연이은 상담으로 입가가 부르튼 상담실 직원은 작성할 서류 몇 장을 내밀며 잠시 숨을 돌렸다. 서류에는 간단한 인적사항과 원하는 직렬, 예상 수험기간 등을 적는 빈 칸이 있었다. 일반 기업 취업 시 기초 스펙인 토익 점수도 적어야 했다. 상담실 직원은 "영어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니 부담 갖지 말고 솔직히 작성하라"고 말했다.


작성한 내용을 간단히 확인한 뒤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갔다. 상담이라기 보단 설명에 가까웠다. 상담실 직원은 쉬지 않고 소방공무원 시험의 과목과 절차, 공부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국어, 영어, 한국사에 소방학과 소방법규의 5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정도', '1종 대형 면허증과 컴퓨터활용능력 1급을 따면 가산점 4%를 받을 수 있다' 등등의 내용을 시작으로 1시간여 동안 설명을 쏟아냈다.


요지는 '스펙을 안 보는 대신 기본에 충실할 것'이었다. 기본 개념, 기출, 예상문제풀이 등의 단계를 5~6회 가량 반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10개월이 필요했다.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추가 채용을 노리고 지금 처음 뛰어든 이들은 사실상 포기하라는 의미였다.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이 직원은 "합격 여부를 떠나 시험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유리한 조건"이라며 "어찌됐든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엷은 웃음을 띈 채 '10개월 순환반 : 475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내밀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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