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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빌런 - 어수룩한 악당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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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사전] 빌런 - 어수룩한 악당의 시대 귀여운 빌런 '미니언즈'.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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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Villain)'은 원래 마블, DC 코믹스의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악당을 지칭한다. 배트맨의 숙적 '조커', 어벤져스를 괴롭히는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이 바로 빌런이다.

원래 빌런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유래했다.빌라누스는 고대 로마의 농장 '빌라(villa)'에서 일하는 농민이다. 그들은 영주의 횡포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이후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도 부유한 도시민에게 차별대우를 받았다. 결국 서러운 빌라누스는 이를 악물고 악당이 되었다. 배부른 상인의 재물을 약탈하고 거만한 귀족을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


이렇듯 빌런이 악행을 저지르기까지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다.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빌런 역시 과거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때로는 그 슬픔이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빌런이 정의의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네티즌은 해괴한 짓을 하거나 쓸데없는 데에 집착하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을 빌런이라고 부른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사용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빌런을 이같은 의미로 쓰기 시작했다.


해충 화형식을 한다며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십자가에 말벌을 동여맨 후 가스레인지에 태워 죽이는 '화형 빌런', 5만원 지폐를 분쇄기로 갈았다가 수백개의 지폐 조각을 다시 하나씩 붙이는 '조각모음 빌런' 등이 대표적이다.


네티즌은 망측한 행위를 고백하는 빌런들에게 열광하고, 또 그에 보답하듯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황당한 빌런이 새로 생겨난다. 이들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정도로 나쁜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기괴한 행태로 주위에 유·무형의 소소한 피해를 안기는 조무래기 악당들이다. 물론 지구 환경 따위는 아랑곳 않겠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해 버린 어느 대통령 빌런에 비해선 귀여운 수준이라고 하겠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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