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대사, 공식 임명 없이 외교 활동
靑 "바람직하진 않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지연되면서 청와대나 정부에 공식적으로 임명되지 않은 인사들이 새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외교무대 전면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내각에 참여하거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으로 국정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가 기밀 사항을 사인(私人)에게 노출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50여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내달 말 열리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외교를 마치고 특사단을 보내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의 역할이 컸다는 게 정치권과 외교가의 분석이다.
정 전 대사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한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문 대통령과 면담할 때도 동석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특사단과 오찬할 때도 동석했다. 사실상 과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역할을 정 전 대사가 전담한 것이다.
정 전 대사의 공식 직함은 청와대 외교안보태스크포스(TF) 단장이다. TF는 청와대 내 임시 설치된 조직으로 정 전 대사는 현재 공식 직함이 없는 상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인이긴 하나 (선대위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을 서포트해온 분"이라며 "임시적이고 바람직하진 않지만 법적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지만, 19대 대선이 보궐선거로 치러졌고 인수위원회가 없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내각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청와대 수석은 다르다"며 "공식직함이 없는 사람이 권한을 갖게 되면 전 정부와 같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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