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공약에 그칠 줄 알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2012년 발효 이후 크게 낮아진 무역장벽과 양국의 상호 보완적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상품 무역, 서비스 무역, 투자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후생증가에도 기여해 왔다. 미국 정부와 업계로부터 지금까지 맺은 무역협정 중 가장 높은 시장개방 수준과 최고의 규범을 가진 골든 스탠더드(golden standard)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한미 FTA가 마치 미국의 무역적자와 일자리 뺏기의 주범인양 의심받는 상황이 당혹스럽다. 양국 교역이 지난 반세기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왔음에도 불구하고 통상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이해와 신뢰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보면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외 통상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미 의회와 행정부를 대상으로 우리 산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일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워싱턴 현지에서 미 의회, 행정부 및 현지 싱크탱크 유력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한미간 통상협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잘못된 정보나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미 FTA를 둘러싼 최근 미 의회 분위기를 보면 하원 세입위원장이 직접 한미 FTA가 상호윈윈이라는 점을 언급하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FTA의 이행 문제 등에 있어서는 미 업계나 의회가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와 같은 만성적인 무역적자 분야에서는 미국업계의 애로해소를 명분으로 통상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의 통상전문가 그룹은 한국이 한미 FTA 또는 양국 무역으로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미국의 기업 또는 협회 등과 함께 미 의회를 대상으로 이를 꾸준히 알리는 것이 한국의 입장을 설득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통상관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정부와 우리 업계는 장기적 관점과 치밀한 전략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힘써야 한다.
우선, 양 당사국간 원만한 통상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가 기본이므로 신뢰 구축을 위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둘째, 미국의 불만에 대해서는 한미 FTA가 미국의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우리정부가 한미 FTA 이행이슈의 해결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설명해야 한다.
셋째, 업계와 정부가 미래 지향적인 한미 통상관계 재정립을 위한 전략을 함께 마련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미 양국 모두 새로운 정부가 막 들어선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양국의 경제ㆍ통상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추민석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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