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근로자의날 휴무...엇갈리는 희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아빠는 5월1일에 왜 안 쉬어요? 내 친구들 아빠는 다 놀아서 놀이공원 같이 간다는데?"
서울 사는 40대 공무원 A씨는 매년 이맘때마다 아이들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공휴일'로만 아는 아이들에게 복잡한 법 규정을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본인도 "나는 근로자인데 왜 못 쉬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42)씨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회사 방침이 근로자의날도 정상 근무인데 혼자 휴가를 내기도 힘들다. B씨는 "근로자의날에도 일하는 직장인들이 주변에 꽤 있다"며 "차라리 법정공휴일로 정해 다 같이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7일 서울시, 행정자치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해마다 근로자의날을 앞두고 휴무 여부를 묻는 민원 전화가 해당 기관마다 빗발치고 있다. 근로자의날이 1964년 공식 제정된 법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 휴무일로 인정되긴 하지만, 법정 공휴일 즉 대통령령인 '관공서휴무에관한규정'에 따른 휴일이 아니다. 때문에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모든 기관과 학교 등은 정상 근무한다. 반면 민간기관ㆍ기업들은 상당수 휴무한다.
이로 인해 직업 별로 혼란과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요즘 가장 인기있는 직업인 공무원들은 쉬지 못한다. 과거엔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최근들어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긴 하지만 '특별법' 성격을 띈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 규정에 휴무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과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정부가 휴무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휴무를 요구하고 있다. 안정섭 국가공무원노조위원장은 "공무원도 근로자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 데 근로자의날에 쉬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민간ㆍ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이 다 쉬는 상태에서 공무원들만 나와서 일을 해봤자 업무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올해 단체 교섭에서도 근로자의날 휴무 제도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업종별ㆍ규모별ㆍ직종 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근로자의날에 출근한다는 비율이 37%대에 달했다. 특히 비정규직(48%)이 정규직(33%)보다 15%포인트나 높았다. 업종 별로는 교육서비스업'(77%), '도ㆍ소매업'(64%), '개인ㆍ가사서비스업'(60%) 등 서비스업의 출근 비율이 높았다. 출근할 경우 연장 수당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고, 4인 미만 영세기업의 경우 그나마 휴무 대상도 아니다.
학부모들도 아이들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온 데다 학원들도 대부분 문을 여는 바람에 연휴를 즐기지 못한다. 서울 노원구 고2 학부모 C(44)씨는 "남들은 황금연휴라고 하는 데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한다고 해서 기껏 예약한 숙박시설도 취소해야 했다"며 "중간 고사 기간을 앞두고 있어 그냥 아이 뒷바라지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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