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 거래하려면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못박아 관심이 쏠린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460억달러에 달하는 대(對) EU 적자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EU에 대한 무역 적자는 중국(347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로스 장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EU와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새롭게 협상하려 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로스 장관은 24일 워싱턴에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TTIP를 어떻게 진전시킬지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TTI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EU 내 강한 반대와 지난해 6월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보호주의 무역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에 협상을 재개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로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외에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은 중국, 일본, 유럽"이라며 "이에 따라 유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EU와 TTIP협상을 하기 위해 나서긴 했지만 결국 목적은 미국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확실히 우리는 유럽과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있다"며 "멕시코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EU-멕시코 FTA로 인해 관세가 없지만, 미국산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로스 장관은 "미국 무역정책의 첫 번째 과제는 NAFTA 재협상이며 워싱턴은 신속한 승리를 원한다"며 "중국과 일본, EU 중 누가 가장 (미국이 승리하는 데) 적합할 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성의를 보이는 쪽이 가장 먼저 무역협상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협상에 나선 셈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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