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檢, 리정철이 김정남 살해 관여했단 물증 못 찾아 추방 결정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6)에 대한 기소를 포기하고 북한으로 추방키로 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판디 검찰총장은 김정남 살해 용의자들을 측면에서 도운 것으로 알려진 리정철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기소 포기를 결정했다. 말레이는 리정철의 구금 만료일인 3일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계획이다.
말레이 경찰은 리정철이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VX 피습을 받고 사망한 김정남 사건에 관여했다고 보고 체포해 현재까지 조사를 벌여왔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말레이로 보내 리정철 석방을 요구해왔다.
리정철이 북한으로 추방되면 신병을 확보한 북한 국적 용의자나 연루자가 없어 배후를 규명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검찰은 전날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2명만 김정남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나머지 북한 국적의 용의자 및 연루자 중 일부는 이미 평양으로 도주했고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도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편 현지 언론인 베르나마 통신은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말레이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이달 6일부로 파기한다고 보도했다.
하미디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비자 협정은 2009년 체결됐다. 이 협정으로 말레이 국민은 비자없이 북한 방문이 가능한 첫 국가가 됐지만 앞으로는 별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말레이의 비자협정 파기 결정은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대사관과 시신인도 등을 놓고 격한 대립을 겪어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강철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중심으로 말레이 당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말레이 정관계를 중심으로 북한과 비자면제협정 파기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말레이가 비자협정 취소라는 초강수를 꺼내들면서 향후 국교 단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