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총리 사이 어정쩡한 지위에 비판 집중
시계제작 논란 해명에도 "대통령 탄핵인데 자중했어야" 비판 여론
외부일정 사전공개에도 비판받을까 대응 못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둘러싼 경호와 의전 논란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어정쩡한 지위가 논란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직함을 새긴 손목시계를 제작해 또 다시 '의전상 과잉'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KTX 역 버스정류장에 의전차량을 주차하거나 역 플랫폼에 차량을 들여 '과잉 의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황 권한대행의 기념시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인 지난해 말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문구를 굳이 넣을 필요가 있냐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권한대행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공식직함인 만큼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당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을 감안했더라면 보다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 측도 '과잉 의전' 문제에는 난감한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경호와 의전 역시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총리 지위 보다는 의전을 강화하는 게 맞지만 대통령은 아니라는 점에서 무게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의전 뿐 아니라 경호와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초기, 교통통제로 '과잉경호' 문제가 제기된데 이어 최근에는 외부행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서 모호한 경호문제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호 논란은 다음달 2일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황 권한대행이 참석한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들은 외부일정이 언론에 미리 보도된 부분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이나 그에 준하는 인사가 외부행사에 참석할 경우 경호상 안전 문제로 인해 행사가 끝난 후 보도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 측은 일정이 사전보도된 부분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경호문제로 외부일정이 사전에 공개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언론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문제제기할 경우 자칫 '대통령 권한대행이지 대통령은 아니지 않냐'는 비판여론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경호와 의전 논란은 박 대통령 탄핵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한대행 측이 총리 보다 대통령에 무게중심을 둘 경우 국민정서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차라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줬으면 좋겠다는 볼멘 소리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 역시 "여전히 대통령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론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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