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250야드? 웃기시네, 평균은 213야드."
아마추어골퍼의 비거리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최근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를 분석했더니 213야드가 나왔다. 잉글랜드 7개 골프장에서 처음 조사한 1996년의 200야드에 비해 20년 동안 겨우 13야드 늘어난 수치다. 2005년의 217야드와 비교하면 오히려 4야드가 줄었다는 게 이채다. 골프용품메이커들이 주장하는 첨단 신기술이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다.
핸디캡이 높을수록 '짤순이'로 나타났다. 핸디캡 21 이상은 투어 선수들의 쇼트아이언 거리인 165~182야드에 불과했다. 핸디캡 13∼20이 186~200야드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기플레이어 수준의 주말골퍼라면 200야드가 안 나간다는 의미다. 국내 골퍼들은 그러나 비거리에 대한 과신이 남다르다. 내리막홀이나 뒷바람, 어쩌다 잘맞은 샷을 기준으로 삼는 게 출발점이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다. 실제 그린에 못 미치는 샷이 90%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코치들이 "실전에서는 항상 넉넉하게 클럽을 선택하고, 부드럽게 샷을 진행하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핸디캡 6∼12의 싱글핸디캐퍼가 돼야 213~225야드, 핸디캡 6 이하의 고수들이 234~245야드를 찍었다. 여성은 평균 146야드, 남성에 비해 67야드나 짧았다. 핸디캡 6 이하의 여성 고수들은 195야드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매일 '몸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선수들은 어떨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평균은 290야드다. 2003년 285.9야드보다 4.1야드 증가하는데 그쳐 비거리 증가 추이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R&A와 USGA의 규제가 걸림돌이다. "골프채와 골프공의 지속적인 성능 발달은 골프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장비 규제에 초점을 맞춰 골프규칙을 개정하고 있다.
300야드 이상의 장타 비율 역시 2003년 26.6%에서 지난해 31.1%로 올랐지만 2011년의 역대 최고치 32.6%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물론 비거리 보다는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한 '정타(正打)' 위주의 전략을 구사한다. 평균 스윙스피드가 2007년 112.4마일에서 112.9마일, 공 스피드는 165.7마일에서 167.7마일로 빨라졌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못 치는 게 아니라 안치는" 셈이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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