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주변 인물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파일에는 최순실(구속기소)씨가 '국정농단'을 주도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대통령 대리인단의 기대와는 달리 도리어 박 대통령 탄핵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명 '고영태 파일'로 불리는 이 녹음파일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고 전 이사 등 주변 인물들과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녹음한 내용이 담긴 파일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확보해 대통령 측에 건넸다.
대통령 측은 녹음파일에서 고 전 이사와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최씨가 연관된 사건을 왜곡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측은 그동안 꾸준히 이번 사태가 최씨와 불륜관계였던 고씨가 앙심을 품고 꾸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고씨의 '고민우'라는 가명도 자주 거론해 흠집 내기에도 나섰다.
하지만 녹음파일 내용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대통령 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녹음파일 내용 중에는 고씨가 2015년 초 주변인물들에게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뭐 하나 결정도, 글씨 하나 연설문 토씨 하나 여기서 수정을 보고 새벽 늦게라도 다 오케이하고,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라고 말한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을 최씨가 주도하고, 정부부처 고위직 인사에 개입한 흔적도 담겨있다. 녹음파일 일부 내용에는 고씨가 최씨를 이용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나 있지만 이 같은 내용만으로 국정농단 사건 전체를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대통령 측은 대통령에게 유리한 파일 내용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탄핵심판 시기를 지연시키는 용도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통령 측은 국정농단 사태의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태블릿PC를 부정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시간 많으면 천천히 해서 재판부에 제출하고 검증 받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녹음파일 2000여개를 다 분석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녹음파일을 둘러싼 공방은 김 전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오는 16일 14차 변론에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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