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높은 농·축산물 가격 그대로
대형마트 닭고깃값 ↑, 소·돼지고기도 '들썩'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채 잦아들기도 전에 구제역 사태까지 심화하면서 서민들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고(高)물가로 부담스럽던 장보기는 이제 무서워질 정도다. 정부가 설 전후 밥상물가 안정에 적극 나섰음에도 농 ·축산물 가격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우 등심(100g 1등급 ·7802원) 소매가는 설 연휴 뒤(9일 기준) 오히려 2.3% 올랐다. 한우 갈비(100g 1등급 ·4861원)는 3.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 품목 다 평년보다 19.2%, 9.5% 높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1774원), 목살(100g 중품·1783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보다 각각 4.9%, 4.7% 내렸다.
가뜩이나 소·돼지고기 사기가 부담스러운 가운데 터진 구제역은 물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정부가 전날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 우제류 가축시장을 일시 폐쇄하는 등 구제역이 확산하자 소·돼지고깃값이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1㎏에 1만5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지육 가격은 지난 8일 1만7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329원이던 것이 8일엔 4757원으로 9.9% 상승했다. 소·돼지고깃값이 이처럼 오른 것은 중간 유통상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방역 당국이 AI 사태와 같이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소·돼지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실제로 역대 최대 피해를 낸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2011년 7월 당시 돼지고깃값은 1년 전보다 41.2% 폭등했다.
AI 상황 또한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AI는 철새 이동과 맞물려 야생 조류에서 무더기 검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앞서 AI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전국 평균 계란(특란 중품) 한판 소매가는 9까지 14거래일 연속 하락, 8044원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6일(8898원)보다는 9.6% 내렸다. 아직 평년 가격(5584원)보다 44.1% 높아 안심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닭고기 가격에는 AI 여파가 이제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AI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4890원까지 떨어졌던 닭고기(도계 1kg) 소매가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9일 기준 가격은 5531원으로 1주일여 만에 13.1% 뛰었다. 도계 1kg 도매가는 설 연휴 뒤부터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공행진했다. 이달 1일 2666원에서 7일 3480원으로 1주일여 만에 30% 정도 올랐다.
도·소매가가 오르는 데 발맞춰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9일부터 닭고기 상품 판매가를 최대 8% 인상했다.
이 밖에 9일 상품 배추 1포기 소매가는 4010원으로 지난달 26일(3987원)보다 0.6% 더 올랐다. 양배추(1포기 상품 ·5146원)도 설 전보다 3.5% 정도 비쌌다. 또 마늘(깐마늘 국산 1㎏ ·1만395원), 양파(1kg 상품 ·2311원)가 설 이후 각각 3.8%, 6.8% 뛰었다. 대파(1kg 상품 ·3688원)는 1.6% 내렸다.
지난달 26일 대비 9일 당근 상품 1kg(5523원) 가격은 4.4%, 무 상품 1개(2396원) 가격은 5.3% 떨어졌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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