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부터 달걀까지…'장바구니 물가' 일년 내내 들썩
식품·외식업계 올 한해 18곳 27개 품목 올려…두부·과자 이어 햄버거값까지 올라
12년만에 담뱃값 인상 이어 혼술·혼밥족 증가에도 맥주·라면값 껑충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주현 기자]올해 초 두부를 시작으로 봇물이 터졌던 식품ㆍ외식업계 가격인상은 12개월 내내 지속됐다. 올 한 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한 식품ㆍ외식업체는 총 18곳으로 품목은 27개에 달했다. 제품으로 따지면 100여개가 넘는다.
특히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작물재배가 힘들어지면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에 달할 정도로 채소값은 폭등했으며 최근에는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흔했던 계란마저 구하기 어렵게 되는 등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끝까지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괴롭힌 한 해였다.
◆햄버거 3사 일제히 인상…상반기, 두부ㆍ과자ㆍ아이스크림 주도=올해 새해 벽두부터 가격인상을 단행한 곳은 풀무원이었다. 두부시장에서 50%의 점유율로 업계 1위인 풀무원식품은 3년만에 두부와 달걀, 자장면, 핫도그 등 10여개 품목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두부의 경우 총 36개 제품이 평균 5.3%씩 올랐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는 두부의 주요 원재료인 국산 콩(백태) 가격이 2011년 대비 40% 하락했다며 '부당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어 2월과 3월에는 햄버거업계가 들썩였다. 맥도날드가 가격인상 신호탄을 쏘자 롯데리아, 버거킹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버거류 9개 제품, 아침메뉴 4개 제품, 디저트류 4개 제품 등 총 17개 제품에 대해 100~200원씩 인상했다. 이에 빅맥은 4300원에서 4400원으로 오르고 배달 서비스도 최소 배달 주문 가능 금액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조정됐다. 한 달 뒤에는 롯데리아가 '국내산 소고기 값 인상'을 이유로 한우 불고기 제품을 500원 올렸다. 9월에는 버거킹까지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5% 올리며 햄버거업계 3사의 가격인상 대장정을 마쳤다.
과자값도 예외는 없었다. 롯데제과가 지난 3월 평균 8.4%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 농심이 줄줄이 제품가를 올렸다.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낫ㆍ롯데샌드 등 비스킷 5종을 5년 만에 올렸고 아이스크림인 월드콘과 설레임 등도 100원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짱구와 사또밥 등의 가격을 30%가량 올렸고 크라운제과도 빅파이ㆍ콘초 등을 비롯해 최대 20% 올렸다. 해태제과는 자일리톨껌 등 8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1.35% 인상했으며 이어 농심은 새우깡 등 스낵류 15종을 평균 7.9% 올렸다.
◆혼술, 혼밥 느는데 맥주, 라면값도 올라=지난해 1월 소매 담뱃값 인상 이후 면세점 담뱃값도 12년 만에 일제히 인상됐다. 지난 2월 KT&G는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담배 60여종 중 아이랑 2종을 제외한 면세 담배의 가격을 보루당 18달러(약 2만1600원)에서 22달러(2만6400원)로 인상했다.
이에 앞서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와 필립모리스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회사도 1월1일부터 던힐과 말보로 등 전 제품에 대해 보루 당 19달러에서 22달러로 평균 3달러 인상했다.
혼술(혼자 먹는 술)과 혼밥(혼자 먹는 밥)족들이 늘어나는데 소주와 맥주, 라면값도 인상됐다. 지난해 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소주업체와 달리 보해양조는 소주제품의 출고가를 962.9원에서 1016.9원으로 기존 대비 5.61% 인상했다. 이어 수입맥주들도 가격인상에 가세, 롯데아사히주류는 10월1일 부로 주류 도매상 출고가격을 6% 올렸으며 한 달 뒤인 11월에는 오비맥주가 '카스' 등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 같은달 27일부로 하이트진로도 평균 6.21% 올렸다.
탄산음료도 올랐다. 지난달 코카콜라음료는 코카콜라ㆍ환타의 가격을 올려 주력 2개 브랜드, 15개 품목(용량별ㆍ유형별)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라면도 등을 돌렸다.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전체 28개 중 18개 라면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업계 1위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후발주자들의 가격 인상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끝나지 않았다…계란, 너마저=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준 것은 식품ㆍ외식업계 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유독 '금(金)값'을 붙인 신선식품들이 많았다.
국내산 소고기 도축량 감소로 공급이 크게 줄면서 한우는 '한 마리가 경차 한 대 값(1000만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으며 여름철 이상기온 등으로 작물재배가 형편 없어지면서 채소값이 급등해 금양파, 금배추 소동을 빚었다.
김장철 직전인 10월 기준 배추는 전년비 143.6%, 무는 139.7%, 상추는 76.5%씩 급등했다.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에 달할 정도로 폭등하자 일부 식당가에서는 반찬으로 김치를 아예 주지 않는 곳들도 속출했다. 용산구의 A분식집은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로 대체했고 문래동의 B칼국수전문점은 김치 리필도 제한했다.
가격 인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달 들어 예기치 않은 AI사태로 계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계란 한 판에 1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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