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과 일본이 함께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일본이 올해 유럽연합(EU)과 체결하려 했던 경제협력협정(EPA) 합의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이 지난 20일 세실리아 말름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의 전화를 통해 EPA의 연내 합의를 포기하기로 협의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일본과 EU 사이의 EPA는 연내 합의를 목표로 했지만, 주요 품목에 대한 혜택과 관련해 의견이 갈렸다. EU는 치즈ㆍ돼지고기, 일본은 자동차ㆍ부품 등에 대한 관세 철폐를 요구했지만 합의를 보는 데 실패했다. 기업-국가간 분쟁해결 체제 문제에서도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EPA 합의는 2015년에 이어 올해도 해를 넘기게 됐다. EU와 일본은 내년 1월부터 협의를 시작해 조기에 합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3월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프랑스ㆍ독일 등 EU 주요 국가의 대형 선거가 줄이어 이뤄진다.
말름스트롬 위원은 "(선거) 전에 협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달 초에 협상을 재개, 가능한한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외무상도 "남은 과제에 집중하되, 서로의 주요 품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는 '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내달 백악관에 입성하고 EU에서도 반(反) 자유무역주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선거 기간에 돌입하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어려워진다"며 "자유무역에 소극적인 정당들이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조기합의에 실패할 경우 EPA가 장기적으로 표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추진한 TPP에 이어 EPA까지 놓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는 EPA의 조기합의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TPP 승인을 재촉하려는 속셈이었지만, EPA 체결 자체도 난항이라는 것이 알려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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