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우승상금 전액을 토해내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끝없는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정규투어 우승자가 이듬해 정당한 사유 없이 타이틀방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전년도 우승상금 전액을 벌칙금으로 부과한다"는 상벌위원회 규정이다. 디펜딩챔프 박성현(23)이 16일 중국 광저우 사자호골프장에서 개막하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총상금 55만 달러)에 불참하면서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페널티는 처음에 우승상금의 50%였다가 2013년 3월 100%로 오히려 강화됐다. KLPGA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단면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폰서에 대한 예우와 대회 흥행을 위해 전년도 우승자의 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외 조항은 다른 투어에서 뛰고 있거나 천재지변, 본인의 출산 및 결혼, 입원 치료, 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사유 등이다.
박성현은 일단 우승상금 전액을 벌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선언하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KLPGA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이 끝난 뒤 상벌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규정을 적용하면 지난해 우승상금 1억3000만원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맹점은 있다. 소송이다. 전문가들은 "박성현이 승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구시대적인 규정"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KLPGA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현 이전에 이미 김하늘(28ㆍ하이트진로)이 큰 피해를 봤다. 2013년 9월 타이틀방어전인 러시앤캐시클래식과 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예선전이 겹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Q스쿨을 포기했다. 모든 사람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선수들 역시 뛰고 싶은 대회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선수들 역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디펜딩챔프의 자부심과 책임감이다. 전년도 우승자가 타이틀방어전에 나서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유러피언(EPGA)투어 등 '빅 리그'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선수들이 스스로 대회에 참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성현의 대회 불참을 계기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바람직하다.
KLPGA는 "악법(惡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서둘러 선수와 협회, 스폰서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박성현에 대한 상벌위원회보다 이사회를 개최해 새로운 합의안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선수는 21세기, 제도는 19세기, KLPGA는 17세기"라는 한 골프팬의 쓴 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가 됐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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