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시즌을 시작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현실이다. 지난해 김효주(21)와 백규정(21), 김세영(23)), 장하나(24) 등 간판스타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간데 이어 올해는 전인지(22)까지 빠져나가 흥행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10일 끝난 롯데마트여자오픈은 더욱이 '국내 최강' 박성현(23)과 지난해 3승 챔프 고진영(21)마저 결장해 흥미를 반감시켰다.
12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무려 30%가 뉴페이스다. 루키가 14명, 투어 카드를 날렸다가 복귀한 선수가 15명이다. 주최 측은 여기에 아마추어 3명을 포함해 초청선수가 7명이나 되는 무리수를 더했다. "새 얼굴들이 투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패다. "올해처럼 썰렁하긴 처음"이라는 한 골프단 관계자는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며 "작년과 비교하면 갤러리 역시 크게 줄었다"고 했다.
KLPGA투어는 매년 상금랭킹 60위까지 투어에 살아남는다. 50명에서 올해는 그나마 10명이 늘어난 숫자다. 80위까지 시드를 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는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이 "선수들의 얼굴이 자주 바뀌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들이 자주 등장하는 게 흥행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들이 장수해야 '건강한 투어'가 조성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됐지만 수준은 하향평준화 분위기다. 롯데마트여자오픈 1라운드의 경우 비바람 등 악천후를 감안해도 기량이 너무 떨어졌다.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13명에 불과한 반면 10오버파 이상의 난조를 보인 선수는 6명이나 됐다.
뒤땅을 치거나 토핑을 내는 선수들이 속출했고, 16오버파 88타라는 어이없는 스코어까지 나왔다. 버디는 1개도 없고, 보기 7개에 더블보기와 트리블보기, 쿼드러플보기가 각각 1개씩이다. 아마추어로 따지면 보기플레이어 수준이다. KLPGA투어는 올해도 33개 대회에 총상금 212억원 규모의 르네상스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골프팬들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품'이 빠지고 있다.
제주=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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