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미약품 사태로 한미약품을 비롯한 바이오·제약주의 주가 급락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날 오전 9시18분 현재 전일 대비 7만2000원(14.27%) 내린 43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시각 KOSPI200 헬스케어업종지수는 6% 하락 중이고 의약품업종지수 역시 5% 내리고 있다.
이번 한미약품 사태로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신약 개발의 낮은 성공 확률보다는 기술이전에 따른 계약금 및 임상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상품화에 따른 별도의 로열티로 인한 '대박'에 지나친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먼저 공격적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해온 한미약품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8조원에 달하는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며 신약 개발의 달콤함을 전한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제 2의 한미약품'이라는 수식어만 달았다 하면 주가가 수직상승하는 '대박주'로 이어졌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 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후보 물질이 최종 의약품으로 허가 받는 확률도 반이 되지 않는 49.6%다. 각 단계별 성공률을 보더라도 평균 59.3%로 10번 중 4번은 다음 단계로 넘어 가지 못한다.
특히 의약품별 성공률을 보면 합성 신약이 가장 낮다. 합성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의 성공률은 6.2%로 50개의 후보 물질 중 약 3개 만이 최종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기보다는 현실에 기반한 투자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국내 업체의 연구 개발 역량이 높아진 건 분명하기에 좀 더 긴 호흡으로 냉정히 바이오·제약주에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약 개발은 확률의 게임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임상의 성공 확률이 낮은 분야"라며 "신약 개발업체들에게 계약 해지 및 임상 중단은 매우 낯선 일은 아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 신약 개발의 사이클을 아직 경험하지 않았기에 당분간에는 신약개발을 하는 기업들은 우려요인을 크게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신약 개발과 관련해 부정적 투자심리가 작용할 것을 감안해 바이오·제약 업체 투자에 나설 때 신약 개발 보다는 실적이 제대로 나오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바이오·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라며 "신약 개발주보다는 실적주 중심으로 바이오·제약주 옥석가리기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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