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논란에 국내 미술품 경매 위축
-2분기 국내 실적 적자까지 겹쳐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2015년 1월2일 5130원→2016년 1월19일 2만4950원→2016년 9월12일 1만1900원.'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국내 미술품 투자 열기로 1년만에 주가가 5배로 급등했지만 위작 논란,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9개월만에 반토막났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옥션 주가는 지난 26일 기준 1만3750원으로 연초후 고점인 1월19일(2만4950원) 대비 44.8% 빠졌다.
서울옥션 주가는 2015년 1월만 해도 5130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미술품 경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국내에서 단색화 인기가 높아지면서 1년만에 주가가 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데는 불과 9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해 주가가 오른 것은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 횟수가 2014년 2회에서 2015년 3회, 2016년 4회로 늘어나면서 경매 낙찰금액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다. 국내 단색화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면서 국내 경매 낙찰금액이 크게 상승한 것도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올 들어 위작 논란,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주가가 고꾸라졌다. 경매 주력 작품이었던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됐다 위작 의혹으로 경매가 취소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 결과 국내 사업 기준으로 서울옥션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8% 감소한 98억원, 순이익이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예기치 않은 돌발 악재에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연결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매출이 158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5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는 위작 논란으로 미술품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국내 메이저 경매도 흥행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서울옥션의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많이 줬는데 1, 2분기 낙찰금액이 1년 전보다 줄어들어 증권사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실적추정치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홍콩 경매 횟수 증가도 이미 지난해 결정된 사안이라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서울옥션의 목표주가를 종전 2만8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그 사이 서울옥션에 투자한 기관들도 지분을 줄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서울옥션 주식을 종전 5.1%(86만2756주)에서 4.06%(68만6780주)로 줄였다고 지난 4월 공시했다. 처분가격은 주당 1만9888원선이다.
관건은 반토막이 난 서울옥션 주가가 언제 회복할지다. 증권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위작 논란이 글로벌 경매회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며 "올해 서울옥션의 차기 성장동력인 온라인 경매와 프린트 베이커리가 전년 대비 각각 60%,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서울옥션의 주가 상승 모멘텀을 당분간은 찾기 어렵다"며 "국내 메이저 경매 낙찰금액이 지난해 수준까지 올라오기 전까지는 서울옥션 주가가 전고점 수준까지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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