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초 모나미 연구소장의 포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필기구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볼펜' 153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문구 제조회사 모나미의 강성초 연구소장(62)의 포부다. 1981년 입사해 올해로 35년 째 일하고 있는 강 소장은 연구개발(R&D)로 신제품을 만들어 모나미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주인공이다. 2014년 153볼펜 51주년을 기념해 내놓아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황동재질의 한정판 프리미엄 볼펜도 거의 손을 거쳐 개발된 것이다. 강 소장은 이후 볼펜의 무게를 조금 줄이고 재질을 알루미늄으로 바꿔 153 아이디, 153 리스펙트, 153블랙앤화이트 등 고급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모나미가 내놓은 고급 필기구는 모두 여섯 종으로 1만원대부터 3만5000원까지 기본인 153볼펜의 몇십 배나 한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좋았고 여전히 그렇다. 그 덕분일까. 모나미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142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96억5800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3년 영업적자 12억원, 순손실 48억원을 낸 것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도 영업이익은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1분기에 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데 이어 2분기에도 24억2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했다.
강 소장은 19일 아시아경제신문에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는 도구로서 타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는 프리미엄 볼펜을 개발한 게 도움을 준 것 같다"면서 "오래됐다는 이미지를 벗고 소유하고 싶은 펜을 만들기 위해 내놓은 것이 프리미엄 볼펜"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개성에 따라 펜과 색상을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제품(라이브칼라 DIY)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이 제품은 몸체를 중심으로 양끝을 개인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24가지 색상 수성펜과 흑·적·청 3색의 유성볼펜, 3종류의 몸체 디자인을 조합하면 총 2300개의 서로 다른 펜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1960년 설립된 모나미는 1963년 153 볼펜을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플러스펜과 네임펜, 유성매직 등 200여종, 약 60억개의 필기구를 생산, 판매했다, 이 중에서 153볼펜이 37억개나 팔리면서 국민볼펜의 자리를 차지했다. 강 소장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여기에 모나미가 제품 출시 이후 소비자 반응을 반영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점도 한 몫을 했다. 모나미는 설립초기부터 기술 독립을 모토로 내걸고 연구실험실을 운영하면서 기술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모나미 연구소는 현재 11명의 연구원이 문구에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잉크를 개발하고 개선하는 일은 물론 자동차와 전자제품, 조선소, 타이어 등 어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종다양한 잉크도 개발하고 있다.
강 소장은 2009년 소장 자리에 올라 올해로 7년째 연구개발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모나미에 입사한 이후 연구실에서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모나미맨으로 모나미 연구개발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원이다.
모나미는 현재 파커나 몽블랑 등 해외 유명 필리구 회사가 점령한 고급 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그 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강 소장의 어깨는 무겁다. 강 소장은 "153 고급 제품의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재질 품질과 필기감을 더욱 높여 153 볼펜과 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필기구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나아가 모나미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명품 필기구 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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