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폭풍이 수출과 물류대란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에 금융당국의 한진그룹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그룹이 문제해결에 나설 때 한진해운 및 법원과 협의해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이 촉발한 물류 혼란 사태에 대해 원칙적으로 한진그룹 측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회사와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조 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충분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 혼란 사태와 관련해 한진해운 측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사실상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후폭풍에 원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에서는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내심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개시한 것은 한진그룹과 한진해운 독자적으로는 한진해운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고 법원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법정관리 이후 선박억류와 입출항거부, 운임상승 등으로 수출입과 물류에서 큰 차질이 빚어지는 데 대해 금융당국이 한진그룹에 책임을 지라고 하는 논리가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운명은 이미 법원에 맡겨졌는데 법원을 놔두고 금융당국이 신청 전에 유량자산의 현대상선 인수설을 제기하더니 이제는 채권단과 한진해운의 책임분담론을 내세운 것은 법원의 기업회생절차를 무시한 것"이라면서 "법정관리 신청 전에 이미 정부당국과 채권단, 한진그룹이 좀 더 심도깊은 논의를 하지 못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25일 한진해운 최대 주주(지분율 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부족자금 발생 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2013년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왔고 지난 4월 조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터미널과 사옥매각, 항로지분매각 등을 통해 4000억원대의 자구안을 실행중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추가 자구안에 대해 실효성있는 자구안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30일 회의를 열어 추가 지원 불가방침을 결정했고 한진그룹은 불가 방침 이후 지난달 31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