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이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누린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을 짓누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리콜로 1조원 가까운 손실이 추정되면서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적표는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63.06을 기록, 직전주에 비해 27.9% 상승했다. 세계 7~8위 규모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 및 글로벌 물류 대란이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무역업체들이 급히 대체 선박을 찾으면서 선박 운임료도 급등 흐름을 타고 있는 것.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인 미서안 컨테이너선 운임은 하루새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55%나 폭등했고 미동안 노선 운임도 FEU당 50% 급등했다.
해상운임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73%가 바다를 통해 운송되고 있는데, 한진해운 사태로 운임료가 상승하고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운송관련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마진 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해운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전자업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진해운 북미 항로를 통한 해상 물동량 비중은 삼성전자가 46%, LG전자는 24%에 달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제조업 기준 운송관련비용(운반비, 기타물류원가)은 매출액에서 1%(2012년 이후 평균)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언뜻 보기에는 낮아 보이지만 2012년 이후 평 균 영업이익률은 5.8%였기 때문에 영업이익률 대비로는 17.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운송관련비용이 30% 늘어나게 된다면 영업이익률은 0.3%p 낮아지게 되고, 금액 기준으로는 5.2% 감소하는 타격을 입게된다"며 "현재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는 상향조정이 지속되고 있지만 원화 강세, 원재료가격 하락폭 축소,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대란 등 부정적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3분기 실적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업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위치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끄는 선봉대 역할을 했던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리콜 및 판매 중단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이다.
삼성증권은 갤럭시 노트7의 리콜 및 판매 중단이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8200억원 가량 줄이는 타격을 줄 것으로 추산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삼성전자는 하반기 보상에 1200억원, 판매감소에서 7000억원의 총 8200억원 수준의 이익감소 영향이 예상된다"며 "최악의 경우 하반기 판매 예상이었던 1200만대를 전량 판매하지 못할 경우, 판가 670달러에 10% 후반의 이익률을 가정해 약 1조5000억원의 이익감소나 개발비 상각 등을 더한 2조원 이상의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호실적이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 대형주들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통계는 하반기 기업 실적 우려가 주식시장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짐작케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코스피 상장사 633곳 가운데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늘어난 상장사들의 주가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증가한 338곳의 주가는 평균 10.01% 상승했고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316곳의 주가는 9.07% 올랐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한 155곳의 주가는 평균 7.60% 상승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전환한 34곳의 주가는 평균 26.27% 올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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