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대내외적 경제 상황을 좀 더 신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무섭게 늘고 있는 부채가 금리동결을 이끈 요인이었다. 무엇보다 빨간불이 켜진 가계부채가 문제였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6조6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8000억원 늘었다. 올들어 최대 월간 증간액이었다. 비수기인 7월에 주택담보대출이 6조원 가까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나머지 대출잔액도 5000억원 늘어 16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대출 증가세도 심상찮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8조9000억원으로 6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한달 새 5조5000억원이 늘어 잔액이 58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할 당시 이주열 총재는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어 (한은이)먼저 움직였다"고 했다. 한은의 선제적 조치 후 경기흐름은 한은의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로 1분기 0.5%보다는 0.2% 포인트 올랐고 6월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치인 12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점차 해소되면서 경기 관련 심리지수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포함한 재정보강 효과가 더해진다면 하반기 한국 경제는 한은의 기존 전망대로 움직일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동결을 이끈 배경이었다. 미국의 생산성 지표 하락 등으로 예상 시기가 9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지만 연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를 1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한 상황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하 기대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데다 원화 강세 등의 변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가 인하의 여지를 열어두고 대비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9~10월 중 추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 구조조정 이슈가 계속 나올 텐데 단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빠르면 10월에 한차례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내 금리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문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이미 6월 금리 인하를 통해 선제 대응을 한 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중에는 동결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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