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럭셔리카에 대한 타협없는 헌신"…4년 내에 글로벌시장서 10만대 판매
브랜드론칭 R&D에만 1조원 투자
SUVㆍ스포츠쿠페 등 복합라인업
보안 위해 '강남 프로젝트'로 불려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2015년 11월4일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 무대에 나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사내외적으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면서 추진해 왔던 이른바 '강남 프로젝트(Gangnam Project)'가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기대와 떨림이 교차한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을 알렸다. 2020년까지 모두 6종의 제네시스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는 2020년 현대차로부터 완전히 독립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가속화= 현대차는 2020년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에 맞춰 조직 전략과 메인 고객 타깃 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5일 "상품 개발과 생산판매, AS 등을 제네시스 브랜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단순히 최고급 차량에 들어가는 기능만이 아닌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술을 접목시킨 차량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라인업은 지난해 12월 선보인 EQ900(해외명 G90)를 시작으로 대형 세단 G80, 중형 G70,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스포츠 쿠페, 중형 SUV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G80는 올해 중순, G70는 내년 출시 예정이다. 제네시스의 독립은 과거 도요타자동차가 고급차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렉서스를 별도 브랜드로 론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완전 독립을 위해서는 상품 개발과 판매, 마케팅, 전시, AS 등을 현대차와 별도로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만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리스크 또는 새로운 기회=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만든 태스크포스(TF)팀 시절부터 EQ900 개발까지 연구개발(R&D) 비용만 1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제네시스 전 모델에 대해 별도로 판매 마케팅 채널 등을 구축할 경우 그 이상의 추가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미국시장에 출시한 후 50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해 10년 만에야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브랜드 독립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정 부회장이 강조한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가 완성된다. 정 부회장은 올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박람회를 통해 제네시스 G90를 북미시장에 처음 선보이면서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럭셔리'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원, 그리고 재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럭셔리에 대한 타협 없는 헌신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재 국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8년부터 판매된 1세대 제네시스 BH의 경우 2014년까지 총 26만3798대가 팔렸다. 2세대 제네시스 DH도 지난 2월까지 15만4379대가 판매됐다. 여기에 포함된 수출 물량의 경우 대부분 미국에서 판매됐다. 제네시스 최고급 모델인 EQ900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계약 2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국내외 고급차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 하반기에 미국에 판매될 예정이다.
◆고급화와 수입차시장 견제 효과= 현대차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더욱 고급화하기 위해 찾아가는 판매와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주 고객층이 될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고객들이 매장에 오지 않더라도 충분한 판매경험과 서비스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가 목표다.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이 내부적으로 결정된 이후 전사적으로 조직된 TFT의 명칭은 'GP'였다. 제네시스 프리미엄(Genesis Premium)에 대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본래의 의도였지만 사내외적으로 보안에 대한 엄격한 이슈가 존재했던 업무의 성격상 명칭을 서울 부촌의 이름을 활용해 강남 프로젝트로 불리기도 했다. 1세대 제네시스 출시를 시작으로 동일한 차명으로 전 세계 판매가 이뤄짐에 따라 이미 어느 정도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해 왔다.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 목표는 10만대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독립을 통해 해외에서의 고급차 이미지 향상은 물론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수입차 공세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유지 또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사업부 부사장은 "국내에 고급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대응하기 어려운 차종과 모델들도 생기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제네시스 라인업을 통해 현재 대응하기 어렵던 시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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