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 내분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살생부 파문에 이어 윤상현 의원의 막말로 심화된 새누리당 계파갈등이 공천관리위원회까지 번졌다. 당장 11일 예정된 공천지역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박계인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10일 김무성 대표 경선 일정 발표를 놓고 충돌했다. 급기야 황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관위 활동 중단을 선언해 파행 위기를 맞이했다.
이 위원장과 황 사무총장이 공관위에서 충돌한 것은 이날 공관위 회의에서 김 대표 경선일정을 놓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관위는 이날 김 대표 지역구의 경선여부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이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게 단초가 됐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 회의 직후 "김 대표 역시 최고위원의 일원이기 때문에 다른 최고위원하고 똑같은 기준에 따라서, 또 최고위원들이 살신성인의 기분으로 최후에 결정되는 것을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최고위원 결정할 때 최종적으로 같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이날 오전에는 경선지역과 단수추천지역을 발표하면서 김 대표 지역구의 경선 여부에 대해 "소위 찌라시 사건이 아직 정리가 안돼 정두언, 김용태 의원과 형평성을 맞춰야 해 발표를 늦추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은 회의 때 이 위원장의 이 같은 결정에 "왜 늦추냐"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직후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과 함께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상향식공천 모범을 보이겠다고 해서 공관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경선으로 결정했고 발표까지 하기로 했다"면서 "그런데 최고위 의결을 거친 사안을 이 위원장이 임의로 뺐다"고 주장했다.
황 사무총장은 이어 "지금까지는 총선을 올바르게 치른다는 점 때문에 이 위원장의 회의 진행이 독선적이어도 참았다"면서 "이 위원장이 김 대표 경선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 전까지 공관위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이 위원장의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공관위원장 사퇴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이 더 이상 공관위 참여할지 모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사무총장이나 부총장 자격 말고 공관위원으로 이제는 제대로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공관위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공천작업도 비상이 걸렸다. 이 위원장은 "당장 내일 60여 군데 공천대상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공관위원 2명이 한꺼번에 빠진 만큼 발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해 경선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무엇보다 계파갈등이 확대돼 공천작업이 완료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높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이미 살생부와 윤 의원 막말 파문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이 술에 취해 막말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원인제공을 누가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며 김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도 책임이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비박계 의원은 "이 위원장이 온갖 핑계로 상향식공천을 미루고 있다"면서 "속내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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