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프리미엄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중저가 제품을 확대하던 전략에서 유턴한 것이다. 중저가 시장에서의 경쟁이 결과적으로 내실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한 행보다. 올해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양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11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서승화 부회장은 지난주 실적발표에 앞서 가진 임원 회의에서 이같은 프리미엄 경영 전략을 강조했다. 품질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유동적일 수록 기술력이 해법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사업 다각화를 강조하면서 저가 브랜드를 내세운 행보와도 사뭇 다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저가 제품이자 세컨드 브랜드인 '라우펜'을 내놓으며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중저가 제품이 경쟁하는 중국, 그리고 중국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해진 미주 시장에서 라우펜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6조4460억원, 영업익 8840억원으로 2014년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14.3% 감소했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익 1조원을 넘겼다가 3년만에 다시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매출 하락폭보다 영업이익이 더 악화된 것은 저가 제품 경쟁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가 프리미엄 시장을 다시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회사가 갖고 있는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극대화하고 프리미엄에 맞는 상품을 새로 구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타이어의 품질 경쟁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양적 성장에도 나선다. 매출을 늘리기 위한 생산 확대로 하반기 가동 예정인 미국 테네시 공장 관리가 대표적이다. 테네시 공장은 연간 1000만개 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9월께 완공되면 한국타이어의 연간 글로벌 생산량은 1억개로 늘어난다. 최근 증설이 끝난 인도네시아와 헝가리 공장도 생산량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지난해 발목을 잡은 중국 시장도 면밀한 점검에 나선다. 국내 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타이어를 생산 중인 중국 3개 공장의 생산실적은 크게 줄었다. 2013년 상반기 7013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5545억원으로 21% 줄었고 95.6%에 이르던 충칭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70% 후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 리스크가 늘어난다고 판단해 인사, 판매, 회계, 비용, 구매, 물류 등 핵심 부분 관리에 더욱 집중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9.7% 늘어난 7조714억원, 영업익은 700억원 올린 9544억원으로 잡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중국 현지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도 중국 저가 브랜드에 직접 맞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매출을 늘리고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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