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26~27일(현지시간) 미중 외교수장이 만나 북핵 대응 수위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 미국 측은 ‘포괄적이고 강력한’ 대북제재를, 중국 측은 제재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그 '수위와 속도'는 기존의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이 기간 중국 베이징에서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등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다. 그 동안 한·미·일과 중국이 북핵 해법을 놓고 제재 수위 등에 시각차를 드러낸 가운데 이번 케리 장관의 방문이 어떤 실효적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와도 면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간 물러설 수 없는 ‘외교 한판’이 예고됐다.
하지만 케리 장관의 방중 전부터 미중 간 ‘갈등의 골’은 컸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정부 관리들의 중국을 겨냥한 북핵문제 발언들에 대해 "(그런 발언은) 도리에 매우 어긋난 것이며 건설적이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앞서 케리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케리 장관의 의지와 달리 이번 방중에서 최우선 의제가 ‘북핵’이 아닐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진찬룽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이날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케리 장관의 이번 방중의 주요의제는 북핵문제, 대만문제, 남해(남중국해)문제"라며 "미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더욱 긴박해지기는 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연히 대만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대만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이 당선되고 소속 당이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면서 중국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책이 최대 이슈로 부각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된 ‘6자 회담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그 책임의 원인을 사실상 미국으로 돌렸다. 화 대변인은 "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반도의 평화·안정 수호는 중국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관 '각방(各邦)'이 마음을 모아 협력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라며 "근년 들어 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곤경에 부딪히고 6자 회담이 정체된 중요한 원인은 개별 당사국이 바로 그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개별 당사국'은 미국을 지칭한 것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케리 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6자회담 관련 '미국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대북제재 협상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외교적 수사’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국제사회는 한미일 등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쇄 회동’을 개최하는 등 북핵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향한 ‘외교적 압박’을 계속해 왔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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