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인 진입한 14건 사실상 손실 확정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권해영 기자]배럴당 20달러 중반까지 밀리던 국제유가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가까스로 32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이번 주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금 480억원에 대한 원금손실이 사실상 확정됐다.
25일 금융당국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29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원유 DLS는 모두 14건으로 발행액만 483억8100만원에 달한다. 이들 DLS는 이미 원금손실 구간(녹인베리어ㆍKnock-in barrier)에 진입한 상황이어서 단기간 유가가 급등하지 않으면 최대 70% 이상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일반적으로 DLS 투자수익은 기초자산 가격의 원금손실 구간 진입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텝다운형 원유 DLS의 손실발생 구간은 발행 당시 기초자산의 50~60% 선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때 발행된 DLS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 기준가의 일정 수준(80~90%) 이상이면 원금과 함께 투자수익(연 5~7%)을 받고 조기상환에 나설 수 있지만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하회하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식이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이후 만기까지 배럴당 80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30달러 선에 머물렀다면 투자수익은커녕 원금의 약 30%만 되돌려 받는 구조다.
원유 DLS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까지 유가가 단기에 급등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이번 주 만기가 돌아오는 DLS의 평균가격은 배럴당 52.08달러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마감가격보다 약 20달러나 높은 상황이다. 일부 원유 DLS는 배럴당 110달러 이상 최고점에서 발행돼 현재 유가 대비 적어도 2~3배 이상은 올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1월 마지막 주 첫 거래일인 25일에는 '대우증권(DLS)1033'과 '미래에셋증권(DLS)522'가 만기를 맞는다. 발행 규모는 각각 100억원, 기준가격은 역시 배럴당 각각 113.28달러다. 원금손실 구간은 기준가 대비 45%인 50.98달러로 동일하다. 기초자산인 브렌트유가 큰 가격 변동 없이 거래를 마치면 71% 손실이 확정된다. 조기상환된 투자금이 없었다면 총 200억원의 투자금 중 약 60억원만 투자자에 돌아간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고작 300만원도 안 되는 투자금만 되돌려 받게 되는 셈이다.
원유 DLS는 25일에 이어 오는 27일 1건, 28일 6건, 29일 5건의 만기가 돌아온다. 발행 규모는 27일 6억8500만원, 28일 85억9700만원, 29일 190억9900만원으로 갈수록 규모가 크다. 발행 증권사는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이 1년 이하의 원유 DLS를 발행해 그나마 발행 기준가가 낮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원금의 절반을 날릴 위기다.
원유 DLS의 원금손실 공포는 2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월 만기를 맞는 DLS만 69건에 달하고 발행액은 2000억원에 육박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을 추종하는 상당수의 DLS가 배럴당 110달러를 기준가로 삼아 모두 녹인이 발생했다. 국제유가가 적어도 배럴당 70~80달러 선은 회복해야 겨우 원금상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1년 이하 만기의 단기 DLS는 여유가 있지만 유가가 최고점인 시기에 발행된 3년 만기 DLS가 올해 내내 만기가 예정돼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누적 투자손실은 당장 추산하기 어렵지만 유가 변동성이 큰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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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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