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지구촌 곳곳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서양 연안 중·동부 지역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역대급 눈폭풍으로 일대가 마비됐다.
전날 오후 1시께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계속 쌓이는 데다 강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워싱턴D.C. 일원에 초속 80㎞의 강풍과 60㎝가량의 눈이 쌓였다. 이는 1922년 1월의 71㎝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적설량이다.
눈폭풍이 북상하면서 뉴욕 일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기상청은 애초 주말까지 뉴욕 일대에 최소 30㎝ 이상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했으나, 뉴욕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예상 적설량을 상향 조정했다.
뉴욕시는 이날 정오를 기해 시내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오후 2시30분부터는 뉴욕시를 포함한 남부 지역 전체에 대한 차량 운행을 통제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비상상황"이라며 "이 시각 이후 도로를 운전하고 다니면 필요에 따라 체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뉴욕을 포함해 비상사태가 선포된 주는 11개에 달한다.
뉴저지 주 남단 동부 해안 케이프 메이 지역에서는 예상치 못한 홍수까지 겹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6시 중국 전역에 오렌지색 한파주의보를 재차 발령했다.
전날 중국 북부지방 네이멍구(內蒙古) 건허(根河)시 진허(金河)진의 영하 48도까지 떨어져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윈난(雲南), 하이난(海南) 등을 제외한 남부지방 대부분의 낮 최고기온도 영하권에 머물렀다.
중국 상하이(上海)도 35년 만에 닥친 강추위에 맞서고 있다. 상하이에는 남색 한파주의보, 남색 강풍주의보, 오렌지색 서리주의보가 동시에 발령된 상태다.
상하이 기상당국은 24일 온도가 최고 영하 4도에서 최저 영하 7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한파가 2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1981년 1월 하순의 한파 기록과 맞먹는다.
중국의 화로(火爐)로 불리는 충칭(重慶)도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첫 눈이 내렸다. 항공편 결항과 지연이 속출했다.
최악의 한파에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를 앞둔 특별 운송(춘윈春運)은 이날부터 본격 시작됐다. 춘윈 기간은 이날부터 3월3일까지다. 중국신문망은 이 기간 도로와 철도, 항공기, 배 등을 이용해 29억1000만명의 인구 대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춘제 연휴는 2월7일부터 13일까지다.
롄웨이량(連維良)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올해 춘윈 기간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질서 유지와 비상 상황 시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열도에는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닥쳤다. 니가타(新潟)현을 비롯해 동해에 인접한 지역에 24일까지 비교적 많은 눈이 내렸고 상대적으로 겨울이 따뜻한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에도 눈이 쌓이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동안 동해에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의 눈이 내렸다.
일본에서 가장 남쪽 지방인 규슈에 이처럼 눈이 쌓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규슈의 일부 고속도로 통행은 차단됐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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