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미국)=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IT 산업의 격전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삼성전자가 이 곳에서 미래 산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개발자와 연구진이 미래를 고민하고 있지만, 전 세계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것은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IT 시장에서 적절한 시점에 M&A(인수합병)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채용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삼성의 움직임이 실리콘밸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은 기업, 제조업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삼성 삼각편대인 SSIC, SRA(삼성리서치아메리카), GIC(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를 이끄는 인물들의 말을 통해 그 답을 들어봤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삼성이 핵심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준비가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이 지금까지 한국의 것을 국제적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것을 한국으로 들여와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적인 삼성이 기존 이미지를 벗고, 좀 더 적극적인 M&A로 시장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에 따라 SSIC는 지난해에만 1000개 이상의 회사를 살펴보며, 현재 54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손 사장은 "초기, 중기 등 다양한 수준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다리기만 해서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느릴 테니, 함께 뛰어들어 참여하고 키워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투자받은 기업들이 딱딱한 삼성 문화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는 "공장 중심의 문화였던 삼성이지만, 이제는 많이 바뀌고 있다"며 "투자하는 방식이 다양화 된 것도 변화한 것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손 사장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BA(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인텔코리아 사장과 퀀텀 아시아태평양 지사장, 파노라마캐피털 경영총괄 사장 등을 거쳤으며 실리콘밸리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기술 창업 관련 베테랑이다.
GIC를 이끄는 데이비드 은 사장은 삼성전자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주로 언급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은 사장은 구글, 타임 워너 등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삼성에 영입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신설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현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를 총괄 책임지고 있다. 벤처 투자, 파트너십, 인수, 소프트웨어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대 가전회사인 삼성은 하드웨어에서 잘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리콘밸리가 그 부분에 대해 리스펙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스템을 갖춘 것 또한 삼성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은 사장은 "실리콘밸리 내의 작은 업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새롭다"며 "스타트업들에게 오히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일종의 꿈"이라고 전했다.
은 사장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역시 사람이었다. 그는 "GIC가 성공하려면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야구에 3루수만 있으면 잘 할 수 없듯이, 임원진과 분석, 창의적인 역할, 협업, 리스크테이킹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짬뽕'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네트워크가 강하지 않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았다. 은 사장은 "제가 실리콘밸리 경험이 많긴 하지만, 아직 삼성이 업계 사람들과 친밀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며 "스마트싱스 인수를 통해 알렉스호킨슨 CEO와 같은 분들이 삼성과 친밀해진 것 같은 사례가 앞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뿌리내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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