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글로벌 자금흐름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과 함께 기업들의 자금조달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상황에서 채권발행 확대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노력이 지속돼왔으나 초저금리시대의 종료와 부진한 민간수요 등 대내외적 어려움에 따라 올해는 자금조달 환경이 더욱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 내다봤다.
김완중 하나금융그룹 연구위원은 "지난 2014년 이후 네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속에 금리메리트가 부각되며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자금 조달이 활발히 전개됐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돼고 대내외 환경 악화로 자금조달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회계문제 및 어닝쇼크에 따른 신용 우려가 수주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경기부진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조달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 이슈와 신용등급 강등이 확대되고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 등이 가세하며 우령등급의 회사채도 가산금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회사채 AAA급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3년물 기준 평균 22.3bp(1bp=0.01%)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4일에는 33.9bp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상반기 풍부한 유동성 상황과 주가상승 기세를 타고 전년동기대비 300% 증가했던 기업공개(IPO)시장도 급격히 침체됐다.
김 연구위원은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 등급전망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 등급 하향조정이 지속될 전망인데 이 경우 취약산업에 위치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더 안좋아질 것"이라며 "내년 중 A0등급 이하 만기도래 채권 중 취약업종의 채권비중이 5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건설업의 경우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사채상환이 예정돼있어 기업들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채 시장 전반의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더불어 특정 산업군별 유통수익률 차별화 현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옥석가리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여전채의 신용스프레드가 급증한 사례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 부각으로 단기간에 은행채 금리가 급등한 사례를 참조해야할 것"이라며 "경기부진 지속으로 등급 하향조정 위험이 높은 산업군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이 심화되며 일부 기업들은 직접금융 시장 내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메리트 제고방안과 더불어 장기간 업황부진이 이어지는 산업 및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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