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주력 리본 음악으로 '리베르탱고'
첫 메달 가져올 승부수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손연재(21·연세대)가 '탱고 여인'으로 돌아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겨냥한 승부수다. 현역 마지막 무대로 선언한 올림픽에서 성숙하고 정열적인 매력을 선보이려고 한다.
손연재는 전지훈련지인 러시아에서 새 안무와 음악 선곡을 마무리하고 22일 귀국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러시아에서 한 달반 가량 머물면서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41)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코치의 추천을 받고 네 곡을 선정했다. 곤봉에서는 경쾌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복고풍의 후렴구가 돋보이는 클럽 데스 벨루가의 '올 어버드(All Aboard)'를 사용한다. 리본에서는 탱고 음악인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선택했다. 볼에서는 영화 '대부(1972)'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팔라 피우 피아노(Parla Piu Piano)'를 쓰고, 후프에서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프랑스 영화 '팡팡(1993)'의 주제곡 중 '왈츠(Valse)'를 배경으로 삼는다.
리본 음악으로 채택한 탱고는 손연재가 실전 프로그램에 처음 선보이는 장르다. 그는 "매 시즌 클래식 음악을 했지만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 탱고가 워낙 빠른 장르라서 어려움이 있지만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리베르탱고는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탱고를 연주하는 악기) 연주자이자 탱고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1974년 작곡했다. 라틴 음악의 거장 미셀 카밀로(61·도미니카공화국)의 편곡을 가미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파생한 탱고는 강렬한 악센트와 붉은 옷을 입은 '탕게로스(Tangueros·탱고 춤을 추는 사람)'의 춤사위가 돋보인다. 남미 특유의 열정을 상징해 리우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과도 궤를 같이할 수 있다.
리본은 사상 첫 올림픽 입상권 진입을 노리는 손연재의 야심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올림픽에 처음 나간 2012년 런던 대회에서도 리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배경으로 결선에서 28.350점을 받아 국내 리듬체조 최고 성적인 개인종합 5위(합계 111.475점)의 토대를 마련했다. 프로그램이 바뀌었지만 손연재는 "리본 연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네 종목에 주 무기인 '포에테 피봇(한쪽 다리 발끝으로 몸을 지탱하고 다른 쪽 다리를 접었다 펴면서 회전하는 기술)'을 모두 넣고, 표현력과 리듬감을 돋보이게 하는 '댄싱 스텝'을 보강한 점도 특징이다. 그는 "경쟁 선수들에 비해 예술점수가 낮았다. 보완을 위해 훨씬 깔끔하고 정돈된 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기할 동작이 많아져서 체력 단련에도 공을 들였다. 물리치료와 맞춤 훈련을 도와줄 전문 트레이너가 생겨 비시즌 동안 근력 운동과 코어훈련(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근육 강화)을 병행했다. 월드컵 대회를 거듭하며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만회할 심산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은 커졌다. 2010년 성인 무대에 데뷔해 7년 차에 접어드는 손연재는 탱고만큼이나 열정적인 마무리를 계획한다. 그는 "런던 올림픽이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였다면 리우 올림픽은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량을 모두 발휘할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회 없이 과정을 즐기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손연재는 국내에서 연말을 보내고 내년 1월4일 다시 러시아로 건너간다. 1월16일경 돌아와 20일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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