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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배식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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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배식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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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또 군대 얘기냐고 타박하겠지만 미안하다, 해야겠다. 그래도 '군대에서 축구하는' 최악의 스토리는 아니다. 짬밥 얘기다. 1990년 입대, 1992년 제대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강원도 양구에서 거의 매일 먹던 '똥국'은 아직도 선명하다. 표현이 저급해서 그렇지 실은 된장국이다.


묵은 된장을 풀어 두부와 함께 팔팔 끓이는데 적들이 벌벌 떨 만큼 맛과 영양이 시답잖아서 고참의 고참, 그 고참의 고참 시절부터 그리 불러왔다는 전설적인 바로 그 요리다. 이 똥국과 팀플레이를 하는 반찬으로 깍두기, 닭튀김, 고등어, 삶은 달걀 따위가 있는데 이것으로 1식3찬의 모양새는 갖췄다.

진짜로 모양새일 뿐이다. 닭튀김이라고 하지만 튀김옷을 벗기고 벗겨야 말라 비틀어진 닭 날개 하나가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 우리 군의 수색 능력을 함양시키려는 국방부의 심오한 뜻이 숨어 있었을 것이라고, 다만 짐작할 뿐이었다. 고등어와 삶은 달걀도 간장에 의한, 간장을 위한, 간장의 요리로 점철되면서 우리 군의 인내력을 고취시키기 위한 높은 분들의 의도라고, 또한 수긍할 뿐이었다.


압권은 깍두기다. 계급에 따라 정확히 배식이 이뤄졌는데 이등병과 일등병은 3개, 상병은 4~5개, 병장은 6~7개였다. 졸병들은 저 3개를 아껴 먹고 쪼개 먹어도 늘 모자라 혹여 배식 실수로 깍두기가 한 두 개라도 더 들어오는 날이면 계 탄 날처럼 히죽거리다가 고참에게 얻어터졌던 적도 있었다.

군부대에 1식3찬이 도입된 것은 1976년. 그 전에는 보릿고개니 뭐니 배고팠던 시절이니 주먹밥이라도 배를 채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1식4찬으로 바뀐 것은 1997년. 이때부터 보리 혼식 비율이 줄었고 2003년에는 창군 55년 만에 흰 쌀밥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요즘 짬밥이야 웬만한 집 밥보다 낫다고 하는데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소시지였다.


소시지. 이런, 발암 물질이 아닌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암 유발 위험이 큰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소시지는 담배나 석면과 같은 혐오 물질로 급부상했다. 소시지 종주국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펄쩍 뛴다. "무엇이든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한마디로 WHO가 침소봉대했다는 것인데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그 바람에 짬밥만 괜히 곤란해졌다. 소시지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철주야 나라 지키기에 심신이 노곤한 군인들에게 걱정거리 하나가 계급장처럼 늘어나 버렸다.


*짬밥 : 남은 밥을 뜻하는 잔반(殘飯)이 된소리 현상으로 짠반이 됐고 다시 짬밥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유력.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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