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메이저 연장전 "1홀에서 18홀까지", 우즈 2008년 US오픈서 19홀 사투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홀, 3홀, 4홀, 18홀."
4대 메이저는 연장전 홀수가 모두 다르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 휘슬링스트레이츠골프장(파72ㆍ7501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은 3개 홀을 합산하는 '애그리거트'(aggregate)', 마스터스는 반면 딱 한 홀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을 가리는 '서든데스(sudden death)'다. 디오픈은 4개 홀, US오픈은 다음날 아예 18홀 사투를 벌인다. '메이저 연장전'을 속속들이 살펴봤다.
▲ 마스터스 '서든데스'= 초창기에는 36홀의 혹독한 연장전을 치렀다. 그러다가 18홀로 줄었고, 1976년부터 서든데스를 채택했다. 당연히 승부가 날 때까지 홀은 계속 연장된다. 속전속결이라는 게 매력이지만 공정하게 실력을 겨룰 기회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서든데스는 본래 '돌연사'라는 뜻이다. 딱 1개 홀에서 메이저우승을 날리는 선수는 허망할 수밖에 없다.
최초의 연장전은 1935년, 진 사라센(미국)이 크레이그 우드(이상 미국)를 제압했다. 닉 팔도(미국)는 행운아다. 1989년과 1990년 모두 연장전에서 이겨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벤 호건(미국)은 1942년 바이런 넬슨(미국)에게, 1954년에는 샘 스니드(미국)에게 패해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래리 마이즈(미국)는 1987년 세베 바에스테로스(스페인), 그렉 노먼(호주)과 벌인 '3명 연장전' 두번째 홀에서 45야드 칩 샷을 홀인시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 US오픈 '18홀 스트로크플레이'= 유일하게 18홀을 다시 치른다. 가장 공정하고 뒷말이 없다. 주최 측이나 중계방송사, 골프장은 그러나 난감하다. 막대한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고, 코스도 하루 더 비워야 한다. 투입되는 경비에 비해 흥행을 보장 받을 수 없다. US오픈이니까 가능하다. 미국의 '내셔널타이틀'이라는 자존심이 묻어있다. 여기서도 동타를 기록하면 '서든데스'가 이어진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2008년 '91홀 사투'가 대표적이다. 로코 미디에이트(미국)와의 18홀 연장전도 모자라 서든데스까지 19홀 혈투 끝에 기어코 메이저 14승째를 수확했다. 2000년 이후 메이저 전체를 통틀어 여전히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이 우승 직후 무릎수술과 8개월간의 재활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던 우즈의 메이저 우승시계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멈춰있다.
▲ 디오픈 '4개 홀 애그리거트'= 1963년까지 무려 10차례나 36홀 연장전이 벌어졌다. 이후 18홀, 1985년부터 4개 홀 스코어를 합산하는 애그리거트로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일요일에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고, 선수에게는 실수가 나와도 만회할 기회를 주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호평했다. PGA챔피언십과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의 3개 홀과 달리 4개 홀이라는 게 독특하다.
톰 왓슨(미국)이 2009년 연출한 '환갑투혼'이 최고의 드라마다. 나흘내내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최종일 18번홀 보기에 제동이 걸렸고, 스튜어트 싱크(미국)와의 4개 홀 연장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올해는 잭 존슨(미국)의 마라톤 우승이 화제가 됐다. 악천후로 경기가 하루 지연됐고, 여기에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마크 레시먼(호주)과의 '3명 연장전'을 더했다.
▲ PGA챔피언십 '3개 홀 애그리거트'= 메이저에서 '서든데스'를 처음 도입한 무대가 바로 PGA챔피언십이다. 래니 와킨스가 1977년 진 리틀러(이상 미국)를 네번째 홀에서 격침시켰다. 2000년부터 3개 홀 애그리거트로 오히려 바꿨다는 대목이 재미있다. 앞선 3개 메이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는 총상금을 200만 달러 증액해 '1000만 달러 빅 매치'가 됐다.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가 지난해 연장전을 서든데스에서 3개 홀 애그리거트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 최경주(45ㆍSK텔레콤)가 2011년 서든데스 당시 17번홀(파3)에서 우승 파를 잡아내 데이비드 톰스(미국)을 격침시켰던 대회다. 올해는 리키 파울러(미국)가 16~18번홀 등 3개 홀 애그리거트에 이어 17번홀에서 속개된 서든데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케빈 키스너(미국)를 차례로 물리쳤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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