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우산들고 물마시며 더위 피하고, 양수진은 얼음주머니에 부채까지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폭염이 한풀 꺽이고 있다.
기상청 역시 "이번 주부터 더위가 서서히 물러갈 것"이라고 예보했다. 한낮에는 그러나 여전히 30도가 넘고, 골프장은 특히 플레이 도중 햇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적어도 8월말까지는 새벽과 늦은 오후시간을 선택해 라운드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14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최대한 건강을 지키며 라이벌을 제압하는 '땡볕골프의 왕도'를 살펴봤다.
▲ "더위와의 전쟁"= 꼼꼼한 준비로 체감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먼저 모자다. 챙만 있는 바이저는 금물이다. 자외선이 직접 내리쬐면 두피 노화를 촉진시킨다. 챙이 있는, 카우보이모자가 효과적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메시 소재가 바람직하고, 이마가 닿는 부위는 면을 덧대서 땀이 흐르지 않는 모델을 고른다. 카트 탑승 등 이동 중에는 모자를 벗어 통풍에 신경쓴다.
흰색 의상이 반사율이 높다는 건 상식이다. '냉감 속옷'은 처음에는 답답하지만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원단이 발산과 건조, 통풍 등의 기능을 발휘한다. 속옷을 입지 않는다면 토시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이마저도 싫다면 손목에 밴드를 착용해 땀이 장갑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굿 샷의 출발점은 당연히 그립력이다. 젖은 장갑으로는 스코어를 지킬 수 없다.
여러 켤레를 준비해 수시로 갈아 끼는 이유다. 장갑 역시 통기성이 뛰어난 파워넥 메시(그물망 조직)를 준비한다. 나무가 적은 신설골프장이라면 우산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때 우중라운드처럼 우산살에 수건을 매달아 땀은 물론 매 샷마다 그립을 닦는 등 공을 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홀아웃했다면 지체 없이 나무 그늘이나 카트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다.
▲ "물이 보약"= 화두는 '물 마시기'다. 갈증을 느꼈다면 이미 탈수가 진행됐다는 신호다. 18홀을 소화하는 동안 보통 4ℓ의 땀을 흘린다. 같은 양의 물을 보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몸무게의 2%에 해당하는 수분이 손실되면 경기력이 20%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다. 라운드 전 물을 충분히 마시고, 도중에는 갈증이 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물을 마신다.
물도 천천히 잘 마셔야 한다. 벌컥벌컥 마시면 곤란하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보리차나 약알칼리 성분이 함유된 미네랄워터가 최상이다. "뇌의 신경조직과 근육의 왕성한 운동을 도와준다"는 의사들의 조언이다. 스포츠음료는 전해질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탄수화물이 포함돼 있고, 6~8%로 농도가 낮아 흡수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다.
선수들의 '피서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인비(27)는 지난주 삼다수여자오픈 출전 당시 "물을 통해 더위를 식힌다"며 "더워서 힘든 게 아니라 못 쳐서 힘든 것"이라며 멘탈의 중요성까지 강조했다. 양수진(24)과 고진영(20)은 "아이스박스를 갖고 다니면서 차가운 수건이나 얼음주머니로 열을 식힌다"고 했다. 아마추어골퍼는 그늘집에서 얼린 수건을 얻어 목에 두르면 된다.
▲ "승부처는 그린"= 코스공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아웃오브바운즈(OB)나 워터해저드 등 위험지역은 무조건 우회한다. 더위에 지치면 집중력이 떨어져 미스 샷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공략보다는 스코어를 지키는 안전함에 초점을 맞추고, 동반플레이어의 자멸을 기다리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샷 역시 스윙 아크를 줄여 임팩트에만 집중한다.
그린에서는 반면 '파워히터'로 변신한다. 여름철 그린은 잘 구르지 않는다. 골프장 측이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병충해에 약한 잔디를 짧게 깎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몇 차례씩 스프링클러를 틀어 물기가 남아 있는 그린도 허다하다. 경사를 적게 보는 대신 공이 충분히 홀을 지나갈 정도로 과감하게 퍼팅해야 하는 까닭이다. 숏게임도 같은 맥락이다. 핀을 바로 보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도 무방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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