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로 한국 방문일정을 취소하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늘어나면서 관광업계 및 유통업계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요우커'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 612만6865명이 쓰고 간 돈이 14조원에 달했다. 1인당 228만원 이상 소비한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요우커의 1인당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일본인 관광객 65만원, 미국인 관광객 95만원에 비해 씀씀이가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해외관광객 증가추세를 고려할 때 '요우커효과'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우리로서는 놓쳐서는 안 될 전략적 대상이다.
그런데 요우커 유치전략에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일본의 급부상이다. 중국 관광객의 방문 선호도 1, 2위는 홍콩과 마카오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3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2011년 중국의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여행이 급감한 틈을 타 우리나라가 3위에 올랐다.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요우커 덕분에 경제효과를 톡톡히 누려오던 우리나라가 올해 들어서 다시 일본에 추월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요우커는 71% 늘어난 240만명에 이르는 반면 한국 방문 요우커는 20% 이상 줄어들고 있다. 엔저로 일본 관광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난 데다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요우커들의 일본행이 늘어난 것이다.
메르스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상황을 맞으면서 요우커가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음과 동시에,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가의 노력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방한 요우커 천만 명 시대를 앞당기고 그 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은 그런 면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특히 면세점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대기업 몫 두 곳을 선정하는 것은 향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요우커효과를 확대하는 데 필수적이다. 시장이 큰 만큼 두 자리를 놓고 7곳의 면세 및 유통기업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 선정이 가까워지는 요즘 상황을 보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특히 급증하는 요우커의 쇼핑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면세점을 확대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사업자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면세점 경영역량이어야 한다. 면세점은 요우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므로 품목, 고객, 그리고 납품업체관리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특성을 가진다. 일본, 대만 등의 글로벌 면세점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역량있는 기업이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내면세점 증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내면세점은 수백만 명의 요우커가 방문하는 중요한 지역적 거점이 된다. 기왕이면 요우커가 이미 넘쳐나는 지역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으로 선정하여 확산효과를 노리는 것이 마땅하다. 단지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우커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신규면세점 선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할 것이다.
해마다 해외로 출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급증하여 지난해 이미 1억1600만명에 이르렀다. 일본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당초 계획인 2020년보다 5년 앞당겨 '면세점 1만개' 를 달성했다. 대만 역시 발빠르게 면세점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도 메르스 사태를 빨리 극복하고 요우커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당초 취지에 맞는 사업자 선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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