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대일관계 임계치를 넘으면 안된다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뷰앤비전]대일관계 임계치를 넘으면 안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AD


일본 유학 시절 나는 난생처음으로 검도라는 것을 배웠다. 도쿄대에는 유서 깊은 '시치도쿠도(七德堂)'라는 이름의 검도장이 있다. 유학 가자마자 무작정 찾아가 검도를 배우겠다고 했다. 일본학생들은 많이 놀랐던 것 같다.

나중에 첫 외국인 회원을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태어나 한번도 '시나이(죽도)'를 잡아 본 적도 없는 생초짜였고 그들은 나와 띠동갑 후배 정도로 한참 어린 학부생이었으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들과 함께 여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죽도를 휘둘러댔다. 이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조금 할 줄 안다'라는 일본어가 사실은 지극히 조심해야 할 말이라는 것이다.

신입부원으로 인사를 한 후 친해지게 된 후 검도 실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으면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약간 할 줄 압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 말을 한국식으로 이해해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짜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조금 한다는 학생이 검도 3단, 아니 심지어 6단짜리도 있었다.


또 하나 배운 중요한 교훈이 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이날도 부원들과 함께 상대의 머리를 내려치는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내 죽도가 갈라져 상대 학생의 얼굴에 박히는 대사건이 생겼다.


대나무는 횡으로 결이 갈라지기 때문에 위험하다. 갈라진 나무결이 머리에 쓴 호구를 뚫고 들어가면 심한 경우 눈이 다쳐 실명할 수도 있다. 분명 연습 전에 죽도를 확인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기에 당황했다. 다행히 눈은 피했지만 분명 내 과실이었기 때문에 그 신입생 후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평소 나와 껄끄럽던 3학년 '선배'가 화난 표정으로 다가왔다. 싸운 적도 없었지만 친하지도 않는, 그러나 우호적이지도 않은 그는 왜 죽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미 해당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한 후였기에 새삼스럽게 건수 잡았다고 덤비는 그 선배가 불쾌했다. 내가 이미 사과했다고 말하고 자리를 피해버리자 그는 선배로서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했는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고노야로(이 놈이)'라고 외치고는 주먹으로 내 가슴을 쳤다. 호구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툭 치는 정도였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주먹으로 힘껏 상대의 얼굴을 때려 주었고 그 선배는 50명이 넘는 부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놀란 주장(캡틴)이 와서 내 팔을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연장자로서 참으셔야지요. 폭력은 곤란합니다.'


어쨌든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려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배운 교훈이 있었다. 일본인과 한 번 싸우면 평생 원수가 된다는 것이다. 주장을 비롯한 부원들의 권유에 의해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의 악수를 했지만 그 선배는 졸업하는 날까지 나와 얼굴을 마주하려 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경우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술 한잔 하고 나면 다시 친구가 되지만 일본인은 한 번 관계가 깨지면 죽을 때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의 한일 갈등이 임계치를 넘고 있다. 과거의 혐한(嫌韓)이 일본의 일부 우익 세력에 국한되었다면 지금은 일반국민에게까지 번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 최대 서점인 키이노구니야의 입구에는 혐한서적 코너가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일본 유학 이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도쿄대 검도부 선배와의 싸움에서 검도부원 누구도 나의 정당방위를 부인하지 않았다. 또 싸움 후에 내가 그 선배에게 악수를 청해 화해를 하는 듯이 보였지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더 늦으면 회복불능이 될지 모른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