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1994년 데뷔,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배우 박용우가 영화 '봄'으로 돌아왔다. 더욱 치열하고 고독하게, 삶의 끝자락에서 몸부림치는 조각가를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봄'(감독 조근현)은 최고의 조각가로 유명했던 남편이 병을 얻어 폐인이 되자 그를 위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 나선 아내와 누드모델 제의를 받은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편 준구는 박용우, 아내 정숙은 김서형, 여인 민경 역은 이유영이 맡아 아름다운 호흡을 과시했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박용우는 '봄'이 자신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작품 끝나고 나서 오히려 힐링을 많이 했다"며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를 '물이 반잔이나 남았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는 휴식기를 거치면서 나름의 고뇌의 시간도 보냈다.
"많이 힘들었어요. 제 3자가 듣기에는 유치하고 뻔한 고민들이죠. 이를테면 '영화에서 안 불러주면 어쩌지? 난 평생 혼자 사나? 결혼도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자잘한 부분들이에요. 아주 잡다한 거까지 고민이 됐어요. '음식도 요리도 귀찮은데 난 이렇게 중국 요리만 먹다가 말라죽는 거 아냐?' 하고요. 하하."
웃으며 말을 하지만 박용우의 눈빛에서 지나간 시간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심한 무기력증을 겪은 것은 물론 난생 처음 온몸에 대상포진이 번져 치료에 고생을 했다. 아직도 팔에는 작은 상처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을 거친 박용우는 '봄'을 만났고, 영화 작업을 통해 상처까지도 치유할 수 있었다.
"즐기며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기회는 분명히 온다고 생각해요. 쉬는 기간에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뭐라도 많이 해서 배우로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지난 1년 반은 친구 만날 시간이 없었어요. 외적인 부분부터 해서 독서도 하고, 본격적인 드럼 레슨을 받으며 바쁘게 보냈습니다."
조근현 감독은 박용우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박용우 역시 일부 인정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는 시간을 거쳐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면 현장에서 더 자신감 있게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기를 점점 할수록 느끼는 건데,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해요. 제 삶의 모토가 투영이 되는 거 같아요. 20년 가까이 연기하며 변한 부분도 있지만 저는 조화롭게 살고 싶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체크하지만, 촬영에 들어가서는 최대한 단순하게 감정 위주로 연기하려고 해요."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봄' 시나리오와의 첫 만남을 박용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첫눈에 작품을 알아봤고,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준구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첫 느낌을 믿기로 했어요. 어떨 때는 그런 걸 믿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첫 느낌이) 대부분 맞더라고요. 이 영화는 본 분들의 70% 이상은 재밌다고 생각할 거에요. 아주 신선하게 재밌죠. 후반부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안심이 됐어요.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봄'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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