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이케아코리아가 세간의 가격 논란에 대해 '우리도 해외보다 저렴하게 파는 제품이 있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결국 이는 '미끼상품'에 지나지 않았다. 해외보다 비싼 상품의 가격을 내려 팔겠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안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전부 저가' = 앤드류 존슨 이케아 코리아 세일즈 매니저는 19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케아가 해외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3가지 대표 제품인 PS캐비넷, 몰라 이젤, 펠로 암체어를 소개했다.
PS캐비넷의 경우 국내에서는 5만9900원에 판매하지만 일본은 9만7200원, 중국은 12만900원, 미국은 10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몰라 이젤은 한국이1만9900원, 일본이 2만9900원, 중국은 2만5700원, 미국은 1만6500원이며 펠로 암체어는 한국이 3만9000원, 일본이 3만5900원, 중국이 5만1700원, 미국이 5만5000원이다.
4국 중 PS캐비넷은 한국이, 몰라 이젤은 미국이, 펠로 암체어는 일본이 제일 저렴하다. 각 국가별로 제품의 가격대가 다른 것이다.
어째서일까. 이에 대해 존슨 매니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격이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환율과 관세, 공급 및 유통 등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도 각국 시장의 차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 큰 요인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자녀 중시하는 주부들 심리 겨냥했나 = 그렇다면 이케아코리아가 파악한 '시장 상황'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케아코리아가 가격 산정 요소 중의 하나인 '가정 방문(Home Visit)'이 주요 단서였다.
존슨 매니저와 이케아코리아는 가격 책정을 앞두고 한국의 가정 80여곳 이상을 직접 방문했다. 지역은 광명뿐 아니라 서울도 포함됐다. 그 결과 주요한 사안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자녀' 였다. 존슨 매니저는 "한국에서는 자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냈고,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이케아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또 수납용품과 북유럽풍 가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다. 존슨 매니저는 "한국 가정에서도 타국처럼 수납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아무리 집이 넓어도 수납공간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케아코리아가 결론내린 한국 시장의 상황이란 ▲자녀 중심적 ▲수납가구 선호 ▲북유럽 스타일 등 세 가지 '마케팅 포인트'로 귀결되는 셈이다.
이렇게 '인기 코드'에 들어맞는 제품은 가격을 낮게 책정,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미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존슨 매니저가 "한국인 가정을 방문한 결과, PS캐비넷을 너무 좋아해서 국민가구라고 불릴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미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제품이므로 더 많은 사랑을 받고자 경쟁력 있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추측을 가능케 한다.
특히 저렴한 제품의 사례로 들었던 PS캐비닛(수납)과 몰라 이젤(자녀) 역시 이같은 마케팅 포인트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다.
◆비싼 제품 사기 싫으면 싼 제품 사라 = 국내에서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된 제품은 어떻게 가격이 정해진 것일까.
앞의 PS캐비넷이나 몰라 이젤과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 제품은 마케팅 코드에 맞지 않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제품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은 '베스토 부르스 TV장'이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 44만9000원이지만 일본 이케아에서는 3만9990엔(한화 37만8000원), 중국 이케아는 1999위안(한화 35만8000원), 미국 이케아는 249달러(27만4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으로, 잘 모르고 샀다간 꼼짝없이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속여먹기 쉬운 어수룩한 고객을 뜻하는 말)'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가격이 싸게 책정된 제품 못지않게, 비싸게 책정된 제품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이케아코리아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케아측의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존슨 매니저는 "(이케아의) TV장 가격은 1만9000원~45만원 사이이므로, 좀 더 낮은 가격을 원하시면 더 싼 제품을 사면 된다"고 답했다. 결국 미끼상품을 내세워 호갱 낚기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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