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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행복한 아이, 행복한 염색체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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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이언티스트, 환경적 영향에 따른 염색체 조사결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염색체를 가진다"


최근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연구결과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7일(현지시간) 'Harsh world makes kids' chromosomes look middle-aged(거칠고 열악한 세상이 아이들의 염색체를 늙게 만든다)'는 조금은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과학을 읽다]행복한 아이, 행복한 염색체 갖는다?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염색체를 갖는다'고 밝힌 뉴사이언티스트.[사진제공=Andrew Burto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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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경우 염색체 나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염색체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가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세포 증식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텔로미어가 주변 환경에 따라 짧아진다는 조사결과였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세포증식에 문제가 생기면서 우리 몸에 때론 심각한 상황을 만든다.


유전자 결합을 할 때 충분한 영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경우 풍부하게 자랐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위축됐다. 이번 연구는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대니얼 노터만(Daniel Notterman) 교수가 수행했다. 그는 9살 난 4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관찰했다. 절반은 빈곤층의 아이였고 나머지 절반은 이른바 특권층 아이들이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텔로미어는 염색체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학계에서는 이 텔로미어가 시간에 따라 짧아지는 것이 신체 나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니얼 노터만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파트너를 바꾼 경험이 있는 엄마가 낳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엄마의 아이보다 약 40% 정도 텔로미어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을 나온 엄마가 나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엄마가 낳은 아이보다 35% 정도 텔로미어가 길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열악한 환경, 젊은 엄마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노터만 교수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사회적 환경조건이 아이들의 삶과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노터만 교수는 그러나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번 연구에서 너무 적은 표본(40명)으로 인해 '짧아지는 텔로미어와 건강'은 완전히 과학적으로 정립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연구결과를 두고 호주 시드니의 아동의학연구센터의 힐다 피켓 박사는 "연구사실이 흥미롭다"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어떤 곳에서 시작돼서 변화를 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것이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몇 가지 부분에서 분명 흥미를 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대니얼 노터만 교수 스스로 인정했듯이 지나치게 적은 표본이 문제이다. 자칫 0.1%의 확률을 두고 전체 인양 침소봉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유전자와 염색체는 물론 인간의 몸은 너무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구조여서 '작은 우주'로 까지 표현한다. 이런 인간의 복잡한 구조를 '빈곤층'과 '특권층'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통해 결론내린 것은 객관적 사실을 이끌어내는데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과학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가 조그마한 성과를 전부 인양 과대 포장하는 것이다. 대니얼 노터만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관련 학계에서 적은 표본의 한계는 물론 앞으로 추가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배경이다.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염색체를 갖는다'는 말은 분명 유효하다. 이 말 속에는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세상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들어 있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자연과 함께 성장해 왔다. 행복한 아이가 행복한 염색체를 갖는 것은 상식적 진리에 가깝다. 누구나 그런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는 아이를 '열등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번 대니얼 노터만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염색체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전체인양 받아들이기에는 '오묘한 인간의 염색체'에 대한 접근방법에서 한계점이 너무 많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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