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대변인 "변함없이 6자회담 추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2일 전격적으로 중국에 특사를 보내면서 그 의도와 파급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첫 일정으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다. 최 총정치국장은 향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북·중 관계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제1위원장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한반도 정세가 악화 일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대중 특사를 보내고 이를 중국이 수용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특사가 갑자기 방중하는 것으로 볼 때 북·중 간에 모종의 협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서로 협상 카드를 들고 맞교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북한 인민군 내 서열 1위다. 북한 전체에서는 김 제1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다음 쯤 되지만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체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양대 권력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총정치국장 외에도 국방위원회 위원,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겸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실세이자 최측근인 최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냄으로써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같다"며 "최 총정치국장은 중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핵,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남·북과 북·미 관계, 김 제1위원장 방중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 총정치국장의 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번 방문 기간 중·조(북·중) 쌍방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및 공통으로 관심을 둔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시종 반도의 평화와 안정, 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중국은 변치 않는 의지로 6자회담을 추진하고 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이끌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이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기간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종용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북한의 특사 파견은 다음 달 7~8일 있을 미·중 정상회담과 6월 말께 열릴 전망인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은 여전한 혈맹 관계"라며 "중국이 (북한과 대척점에 서 있는) 한·미와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과 사전 교감을 나눌 것"이라고 추측했다. 양무진 교수는 "중국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이후 긴장이 해소되고 대화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외교부와 통일부 등 우리측 외교안보 부처들은 이날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간부회의를 여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