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책, 갤러리를 만든다

시계아이콘02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표지는 어째서 '중산모자를 쓴 남자'인 걸까?

책, 갤러리를 만든다
AD



민음사가 밀란 쿤데라 전집을 냈다. 먼저 ‘농담’ ‘삶은 다른 곳에’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다섯 권이 선보였다. 이번 밀란 쿤데라 전집은 세계 최초의 전집 출간이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전집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다. 민음사의 경우 지난 요시모토 바나나 전집, 밀란 쿤데라 전집을 포함해 앞으로 출간할 헤밍웨이 전집 등에 명화를 사용하고 있다. 미술에 관한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지에 명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전일수록 명화를 표지로 사용하는 이유
13년째, 현재 280여 권에 이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이 표지에 명화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문학전집은 13년째 출간하고 있다. 당시는 장기간 출간한다는 것을 고려했다. 1~2년 지나면 금세 질리기 때문에 시의성 있는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미지면서 동시에 문학과도 잘 어우러지는 것이 필요했다. 텍스트를 표지 이미지로 디자인하면서 동시에 시대상을 같이 할 수 있는 것. 고민 끝에 명화를 선택했다.” 박경리 민음사 편집자의 말이다.


책, 갤러리를 만든다 ▲ 13년, 280여 권을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오랫동안 꾸준히 선보이는 세계문학전집의 경우,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표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화는 질리지 않으면서 작품에 무게감을 준다. 그래서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에서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이라면 그리스 시대 유물에 등장하는 그림을 사용한다. 또 작품이 18세기에 나온 것이라면 같은 시기에 그려진 그림을 선택하는 등 나름의 방침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는 동시대 러시아 화가 크람스코이의 그림‘미지의 여인’을 썼다. 그람스코이는 톨스토이와 개인적 친분이 있었고 그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지의 여인’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암묵적으로 안나 카레리나를 그린 것이라고 용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피카소의 그림은 책 표지로는 만나기 힘들다
명화라고 해서 어느 작품에나,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만은 없다. 저작권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 전집에 사용한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저작권 문제로 사용이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밀란 쿤데라 전집을 담당한 박경리 편집자는 말한다. “그림을 사용할 때 디자인상 조금 잘려 나가거나 인쇄했을 때 원본 색감을 낼 수 없다거나 하는 문제를 제기해온다. 작품에 2차 훼손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망가뜨리지 않게 사용하는 선에서 허락을 받았다. 표지 안쪽에는 원본 크기의 그림 작게 넣었는데, 이것 또한 작품을 사용하기 위한 합의 사항이었다. 꼭 마그리트 그림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노력을 기울였다. 저작권을 관리하는 마그리트 재단 측에 직접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행히 르네 마그리트 표지는 밀란 쿤데라도 무척 흡족해했다.”


책, 갤러리를 만든다 ▲ 밀란 쿤데라 전집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경우, 인지도가 높고 그림이 화려해서 편집자들이 표지로 탐내는 경우. 그러나 저작권 관련, 까다로워 쉽게 허락이 나질 않는다. 그간 딱 한번을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세계문학전집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 비율이 맞아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경우라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피카소는 애초에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처럼 허락이 나지 않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곧 출간을 앞둔 헤밍웨이 전집에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표지에 사용되는데, 한 번의 저작권료를 지불하면 얼마든 사용 가능해서 쉬운 축에 속한다.


책, 갤러리를 만든다 ▲ 샤갈의 그림이 들어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표지, 때론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좋은 그림(표지)은 작품 판매고에 영향을 미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경우 전집에 일본 현대미술작가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을 사용했다. 그들 간에 친분도 있었고, 작품 색깔이나 타깃에 무리가 없었다. 이런 경우 요시모토 바나나의 팬이, 요시모토 나라의 팬이 모두 그 전집을 갖고 싶어 한다. 판매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손미선 민음사 편집부 차장의 말이다.


책 표지에 공을 들이는 이유, 앞서 말한 대로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행본은 작품의 특성을 살리는 선에서 눈에 띄는 감각적 디자인을 차용하는 반면, 전집은 오래 두고 봐야 하는 만큼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2~3년으로 차이를 말할 순 없지만 10년 전부터 생각한다면 변화가 확연하다.


10여 년 전 보르헤스 전집에서의 디자인은 확실히 지금과 다르다. 좀 더 감각적이란 생각이 든다. 5년 전쯤에는 일러스트를 많이 썼던 것 같다. 북폴리오에서 출간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GO'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요즘엔 사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2008년 모던 클래식도 그림 아닌 사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포맷을 정했다.” 손미선 차장의 말이다.


책, 갤러리를 만든다 ▲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이 사용된 요시모토 바나나 박스 세트



책, 갤러리를 만든다 ▲ 안상수, 이상봉, 김한민 등이 참여한 콜레보레이션, 세계문학전집 특별판


책 표지와 디자인도 트렌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 옮긴이에 대한 나름의 기준으로 책을 구입하려는 게 아니라면 표지와 제목이야말로 영향력 있는 선택 기준이기 때문이다. 출간한 지 오래된 전집 디자인을 ‘디자인 특별판’이란 이름으로 내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민음사는 지난 2009년에 세계문학전집을 이상봉, 안상수, 김한민 등 각계 다양한 디자인 관련 인물과 함께 특별판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알몸으로 중산모자를 쓰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사비나에서 착안한 것이 마그리트의 ‘중산모자를 쓴 남자’다. 이 장면은 편집자가 맨 처음 밀란 쿤데라와 마그리트를 연관시킨 대목이었다고도 전한다.


책과 표지는 이렇게 무관하지 않은 텍스트,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어째서 표지에 이 그림이 사용됐을까’에 관한 궁금증을 갖고 들여다보면서 이유를 찾아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AD

.








채정선 기자 es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