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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정수 간직한 궁궐의 주방 '소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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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의 정수 간직한 궁궐의 주방 '소주방' 지난 5일 기공식을 한 경복궁 소주방의 복원 조감도. 경복궁 소주방 복원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이어지는 '경복궁 제2차 복원사업'의 첫 발걸음이기도 하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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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때론 관련 문헌이나 연구가 거의 없다는 점이 그 대상의 매력을 더한다. '이것'도 그렇다.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영원)는 지난 2004~2005년 발굴 조사를 해 '이것'의 터와 규모, 관련 유물들을 확인했다.

2년여에 걸친 발굴 조사로 '이것'의 대략적인 존재는 희미하게나마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것'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는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베일에 싸인 채 한국 음식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한 '이것'은 수라상을 차리던 궁궐의 주방이자 오늘 지식의 주인공인 '소주방(燒廚房)'이다.


◆궁궐의 주방이었던 '소주방'=소주방. 조금은 낯선 단어지만 맨 앞에 있는 '소'라는 글자를 떼고 보면 아주 익숙한 '주방'이 된다. 우리가 집에서 늘 마주하는 '주방'에 불을 땐다는 뜻의 '소(燒)'를 붙여 만든 '소주방'은 수라상과 궁궐 잔치 음식 등을 준비하던 궁궐의 주방이다.

소주방이 정(精)하고 뛰어난 한국 음식을 담고 있는 곳인 까닭은 이곳에 모여든 음식 재료와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들던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수라상 등에 올릴 음식을 만들던 곳인 만큼 이곳, 소주방에 모여드는 재료들은 대부분이 각 고을의 제철 특산품이었다. 이들 재료로 음식을 만들던 사람들은 조리 기술이 가장 뛰어난 상궁들이었으니 소주방에서 나오는 상의 차림새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선 더 말이 필요 없을 듯 싶다.


◆내소주방, 외소주방, 생물방… 여러 가지 소주방=소주방이 단 하나만 있었던 건 아니다. 조선의 정궁(正宮)으로 알려진 경복궁을 기준으로 보면, 왕과 왕비의 침전 가장 가까운 곳에 수라상을 차리던 내소주방(內燒廚房)이 있었고, 그 오른쪽으로는 궁궐의 잔칫상 등을 담당하는 외소주방(外燒廚房)이 자리했다. 외소주방 위쪽으로는 수라 이외에 후식과 다과 등을 만드는 생물방(生物房)이 있었다.


이들 소주방 말고 궁궐의 다른 주방으로는 중간 부엌인 퇴선간(退膳間)이 있다. 퇴선간은 왕의 침전과 내소주방 사이의 거리가 꽤 멀었기 때문에 지어진 공간으로, 이곳에선 음식을 한 번 더 데워 따뜻하게 해두는 일을 했다. 이 밖에 궁중 연회가 있어 많은 양의 음식을 해야 할 땐 임시로 천막을 지어 주방을 만들었는데, 이를 주원숙설소(廚院熟設所)라고 했다.


◆소주방에 담긴 의미=경복궁을 비롯한 5대 궁궐 가운데 소주방의 모습을 옛 모습 그대로 지니고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어딜 봐도 소주방에 대한 연구나 자료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주방과 생물방의 비가 새는 곳을 개수하도록 호조에 분부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승정원일기'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문화재청(청장 김찬) 주최로 지난 5일 열린 '경복궁 제2차 복원사업 소주방 기공식'에 참석한 김봉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은 "소주방에 대한 문헌이나 연구가 거의 없어 그 의미를 함부로 말하긴 어렵다"며 "내소주방과 외소주방, 생물방 등으로 주방 용도를 확실하게 구분해 놓은 걸로만 보면 당시 왕의 위상이 어떠했는지, 신분질서가 얼마나 엄격했는지 정도는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참석한 정길자 중요무형문화재 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보유자는 "소주방이라는 공간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지만 소주방을 거쳐 수라상에 오르는 음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선 중론이 있다"며 "수라상에 오르는 반찬을 보면서 왕이 당시 농업이나 어업 상황 등을 가늠했다는 얘기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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